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소설 '상도'에서 본 가격탄력성

상도(商道)는 작가 최인호가 조선후기 최대 무역상이었던 실존인물 임상옥의 생애를 통해 '업적 철학과 도덕'을 주제로 써 내려간 대하소설이다. 소설은 임상옥에게 던져진 세 가지 과제를 한 스님이 알려준 세 가지 비결인 '죽을 사'(死) '솥 정'(鼎) '계영배'(戒盈盃)를 통해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첫 번째로 연경 상인들의 인삼불매동맹을 스스로 인삼을 태우는 방법으로 물리칠 수 있었으며, 두 번째는 풍운아 홍경래의 유혹을 솥 정(鼎)자의 의미를 통해 혁명의 와중에 목숨을 살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득 채우면 다 없어져 버리고 오직 팔할쯤 채워야만 온전한 계영배의 의미를 통해서는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自足)이야말로 최고의 상도(商道)임을 깨닫게 된다. 소설은 임상옥의 생애를 통해 '재물은 평등하기가 물과 같고 사람은 바르기가 저울과 같다'라는 임상옥의 가치관과 부의 사회적 환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럼 소설속 주인공인 임상옥은 과연 무엇을 믿고 인삼을 불에 태웠을까. 주인공은 중국 연경으로 5천근의 인삼을 팔러 간다. 당시 인삼은 15냥 내외로 거래됐으나 임상옥은 45냥을 요구했다. 연경 상인들의 방해로 그 가격에 인삼을 팔지 못하자 임상옥은 느닷없이 마당에 불을 피워 인삼을 태운다. 조선에서 어렵게 중국 연경까지 가지고 온 인삼을 조금이라도 더 팔아보려고 노력해도 부족한데 임상옥은 무엇을 믿고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 소설에서 나오듯 여기에는 가격 탄력성이라는 개념이 숨어 있다.

가격 탄력성이란 어떤 재화의 가격이 변화할 때 그 재화의 수요나 공급이 얼마나 변화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식으로는 다음과 같이 표현된다. '수요·공급의 가격탄력성=수요·공급의 변화율(%)/가격의 변화율(%)'. 예를 들어 가격이 10% 올랐을 때 수요가 15% 줄어들었다면 수요의 가격 탄력성은 15%/10%=1.5가 된다. 마찬가지로 가격이 10% 올랐을 때 공급이 5% 늘어났다면, 공급의 가격 탄력성은 5%/10%=0.5가 된다. 여기서 가격 탄력성이 1보다 크면(가격이 변한 것보다 수요나 공급이 더 많이 변하면) '탄력적'이라고 하며, 1보다 작으면(가격이 변한 것보다 수요나 공급이 덜 변하면) '비탄력적'이라고 정의한다.

만약 가격은 10% 올랐는데 수요는 5%밖에 줄어들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이럴 경우 판매자가 가격을 올려서 물건을 팔면 가격을 안 올릴 때보다 판매 수입이 더 많아진다. 반대로 가격탄력성이 '탄력적'일 때 가격을 올리면 판매 수입은 오히려 줄어든다.

임상옥은 바로 이점을 간파하고 이용했다. 당시 조선의 인삼은 약방의 감초 같은 역할을 했고 인삼이 없다면 모든 약재상들과 중약점들이 문을 닫고 폐업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연경상인들로서는 아무리 인삼 가격이 높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사야만 하는, 즉 인삼에 대한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매우 '비탄력적'이었다. 게다가 임상옥 혼자만 인삼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었기에 그 영향력은 더 막강할 수 있었다.

정상만(대구은행 성서공단영업부 부지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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