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 구단이 하나 둘 짐을 싸 한국을 떠나고 있다. 추위를 피해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해외 전지훈련을 떠나기 위해서다. 50여일에 가까운 훈련 기간 동안 각 팀은 저마다 전력 강화에 열을 올릴 계획. 그들은 어디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담금질에 들어갈까.
전지훈련지의 대세는 일본. 삼성 라이온즈는 괌에서 2월초 오키나와로 이동, 훈련을 치르고 SK 와이번스는 고치를 거쳐 2월 중순 오키나와로 간다. KIA 타이거즈는 미야자키에서 훈련한 뒤 가고시마, 히어로즈는 미야코지마에서 땀을 흘린 뒤 가고시마에서 마무리를 짓는다. 사이판에 먼저 들르는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는 2월 중순 각각 가고시마와 오키나와로 장소를 옮긴다. 유일하게 미국 하와이로 가는 한화도 2월 하순 오키나와행 비행기를 탄다.
일본 남부 지역이 전훈지로 인기를 얻는 것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한겨울에도 날씨가 온화하기 때문.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야구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서다. 연습 구장은 물론 관중석까지 갖춘 야구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게다가 일본 프로팀도 전지훈련을 위해 찾아오는 덕분에 연습 상대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삼성 최무영 운영팀장은 "지루함을 덜기 위해 장소를 옮겨가며 훈련을 한다. 훈련 여건이 좋아 앞으로도 일본을 선호하는 추세는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전훈 기간 동안 각 구단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일까. 삼성은 배영수, 오승환, 구자운, 안지만, 권오준 등 재활 투수군의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것, 두산은 선발 투수진을 정비하는 것이 먼저다. 별도의 전력 보강이 없는 KIA는 내야진을 강화하고 불펜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SK 김성근 감독은 백업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켜 두터운 선수층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롯데는 마무리 투수를 포함한 불펜, 3루수를 찾는 것이 숙제다.
히어로즈의 김시진 감독이 신경써야 될 부분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선발 투수 장원삼과 이현승, 외야수 이택근이 각각 삼성, 두산, LG로 떠난 히어로즈는 선수단 전체를 재정비해야 할 판이다. 한화의 한대화 감독의 처지도 마찬가지. 주축 타자 김태균과 이범호가 일본 무대로 진출하고 송진우, 정민철 등 베테랑 투수가 은퇴해 투·타 모두 공백을 메울 인재를 키워야 한다. LG는 무너진 투수진을 다시 짜야 하고 이병규, 이택근이 가세한 외야의 교통 정리도 필요하다.
50여일 동안 각 구단이 지불해야 할 돈은 10억원에 가깝다. 그러나 전지훈련 기간이 전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낭비로 보긴 어렵다. 유독 전지훈련을 중요시한 SK가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좋은 예다. 다만 어느 팀이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는지는 3월27일 2010시즌이 개막되면 판가름난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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