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은 존(John)과 메리(Mary)였다. 이 두 이름은 기독교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존은 '신의 은총'이라는 뜻의 히브리어다. 예수의 12 제자 중 한 명으로 예수에게 세례를 베푼 요한이 바로 그다. 메리는 라틴어로 '바다의 별'이라는 뜻이지만 오히려 예수의 어머니인 마리아로 더 유명하다.
이름 소개 사이트(http://www. thinkbabynames.com)에 따르면 이름의 부침(浮沈)은 재미있다. 1900년대 초까지 미국에서 가장 흔한 남자 이름은 존, 윌리엄, 제임스 순이었다. 1920, 30년대는 로버트, 40년대는 제임스, 50~80년대에는 마이클이 1위였다. 2008년에는 제이콥, 마이클, 에단 순이었고 남자 이름의 대표격이던 존은 20위로 밀려났다.
메리는 부침이 더 심했다. 메리는 1950년대까지 단연 1위였다. 그러나 60년대에 들면서 리사에게 1위 자리를 내준 뒤, 70년대는 15위, 80년대는 34위, 2008년에는 97위로 떨어졌다. 이때 1위는 각각 제니퍼, 제시카, 엠마였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도 비슷하다. 40, 50대들이 자라면서 가장 흔했던 이름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법원이 펴낸 '역사 속의 사법부'에 따르면 1970년대 중반까지 여성은 자(子), 숙(淑), 희(姬)로 끝나는 이름이 제일 많았다. 그러나 70년대 후반부터 이 이름자는 점점 사라지기 시작했다. 1948년생 중 가장 많은 여성 이름은 순자(5천636명)였지만 2008년생은 서연(2천37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나 희의 경우 ~코, ~키라는 일본식 이름이라 해서 기피 대상이었고, 숙은 너무 흔해서 도태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달리 기독교권에서 존과 메리는 아직도 막강한 영향력을 자랑한다. 프랑스의 장, 네덜란드의 얀, 스페인의 후앙(Juan), 독일의 요한, 러시아의 이반, 이탈리아의 죠반니 등은 그 근원이 존이다. 메리도 마리아, 마리, 매리언, 미리엄, 뮤리엘 등 103개의 이름으로 파생했다.
옛날부터 선조들은 이름이 평생의 운을 좌우한다 해서 함부로 짓지 않았다. 음양오행설을 기초로 대개 문중의 제일 큰 어른이나 작명소에 부탁해 지었다. 요즘은 부모들이 흔하지 않고 예쁜 이름을 직접 찾아 짓는 일이 많아졌다. 이것도 바뀐 세태의 하나일 것이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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