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예뻐서 손해볼건 없죠, 더구나 한국에서는…"

미인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혜택을 누릴까?

"한쪽에는 예쁜 아기가 울며 보채고 있고, 또 다른 쪽에는 우거지상의 아기가 징징 짜고 있다. 어디부터 가겠는가?"

백번 예쁜 아기 쪽으로 눈길이 먼저 쏠릴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는 것은 태초부터 그러했으며,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봐도 당연한 것. 미모 지상주의가 초절정에 달하고 있는 지구상의 대단한 나라(?), 대한민국에서 그 정도를 더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호감형의 미녀들은 일상생활에서 어떤 특혜를 누릴까? '미녀는 모든 게 용서된다'는 말이 어딜 가나 통용될 정도. 경찰서 경찰관들도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초절정 미녀 앞에서는 바로 훈방조치하는 쪽으로 마음이 기우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며, 회사에서 미녀는 지각에도 작은 실수에도 'OK, 괜찮아'라는 상관의 관용이 뒤따른다. 미녀 연예인들의 잘못에 대한 용서도 빠르다. 그만큼 컴백이 빨라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친철 미녀' 2인방 대구도시철도공사 고객만족(CS)팀 여직원 2명과 '애교 미녀' 계명대 여대생·졸업생 2명, '지성 미녀' 대구에서 잘나가는 약사 2명을 만나 실제 생활에서 벌어지는 외모로 인한 혜택을 알아봤다.

미녀는 일상생활에서도 대체로 플러스 알파(α)가 있다는 게 정답이었다. 이들은 승진도 빨랐으며, 노력에 비해 학점도 다소 좋았고, 약국 매상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친절미녀, '이지윤·류지영'

대구도시철도공사 두 대표미녀는 '미녀는 모든 게 용서된다'는 명제에 공감하는 편이었다. 미소와 친철에다 아름다움까지 겸비하면 아무래도 다가서기도 쉽고 조직 내에서도 누구나 찾는 활력소가 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2005년에 함께 입사한 류지영(34·CS2부 강사)·이지윤(28·CS1부 강사) 씨는 130여명의 동기 중 승진(9급에서 출발, 지난해 초 7급으로)도 가장 빠른 대열에 있었고, 자기계발 속도도 앞서고 있었다.

류씨는 이런 말을 했다. "지하철 역에서 취객이 남자 직원 앞에서 한창 화풀이하거나 난동을 부리고 소리지르다가도 단정하고 친철한 미소를 머금은 여직원이 다가가면 잠시 멈칫하고 정신을 차리는 것 같습니다." 이해가 가는 얘기다. 미녀들 앞에서는 모두 잘 보이고 싶고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것조차 창피하기 때문.

하지만 이씨는 "미모 때문에 혜택을 본다는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더 신경을 많이 쓴다"며 "지각하거나 실수하지 않으려 남들보다 더 많이 신경을 쓰며 일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지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털어놨다.

남자 직원에게 잘 발생하지 않는 일도 더러 생긴다. 지하철 입구 앞에서 인사를 하고 있으면 '추운 날 고생이 많다'며 간식을 챙겨주는 아저씨(?)들이 있다. 심지어 무료급식소에서 나눠주는 빵이나 야쿠르트를 먹지 않고 주는 노숙자들도 있다.

둘은 대구도시철도공사의 대표 CS(Customer Satisfaction) 강사로 이씨는 1호선 반월당역 고객서비스센터, 류씨는 2호선 두류역 고객서비스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다.

◆애교미녀, '박은영·민아영'

둘 다 '미녀에게 혜택이 있다'는 말에 많이 공감하는 편이었다. 학창시절부터 그런 경험을 많이 해왔으며, 실제 여러가지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 심지어 학점에서도 0.2~0.3 정도의 플러스 요인을 인정했다.

2006년 미스 경북 4위를 했던 박은영(24·계명대 관광경영학과 졸업·스튜어디스 준비 중)씨는 더 솔직하게 이 문제에 접근했다. "제가 공부한 것에 비하면 조금은 더 후한 학점을 받은 것 같아요. 정당한 사유로 수업을 빠지게 되더라도 살짝 애교를 곁들여 얘기하면 교수님이 더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이어 박씨는 학창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얘기를 덧붙였다. 여름에 더운 날 야외체육을 하기가 힘들 때면 반 친구들은 항상 절 대표로 체육 선생님께 보냈다. 아이들이 '애교 작렬'로 실내 수업으로 바꿔오라는 특명을 내리면, 교무실로 찾아가 어깨를 주물러 주는 등 작살 애교로 선생님을 녹여버렸다고 털어놨다.

민아영(22·계명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휴학 중)씨 역시 외모가 아무래도 모든 일에 자신감을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고 했다. 초·중·고교 시절에 반장을 여섯번이나 했으며, "어디서든 리더로 나설 기회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민씨는 "우리 사회에 미모 지상주의는 너무 지나치면 안 되겠지만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은 대학을 다니면서 남학생들로부터 받은 은근한 대시도 살짝 즐겼다고 했다. 박씨는 "휴대전화 번호를 몰래 알아서 '마음에 든다'고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지성미녀, '오강정혜·배희진'

대구시 여약사회에서 지성과 미모를 갖춘 여약사로 추천을 받은 오강정혜(37·메디팜 큰사랑약국)·배희진(34·송현 경북약국) 약사는 '예뻐서 혜택받았느냐'는 질문에 "예뻐서 특별히 혜택받은 것은 없지만 남들보다 못났다는 얘기를 들으면 안 되죠"라고 겸손한 듯 한발을 뺐다.

하지만 두 약사는 모두 "예쁘고 호감형인데다 실력까지 갖추면 아무래도 손님이 한 분이라도 더 오게 되고 동네에서 신뢰감이 더 쌓이게 된다"며 "흐트러짐 없는 자기관리에는 항상 신경을 쓰는 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오강정혜 약사는 미모도 출중한데다 사내 대장부다운 통큰 마음까지 갖고 있어 오히려 남자들이나 고객들이 기대고 싶은 스타일이다. 그는 "제가 좀 더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고 누군가에게 항상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는 편"이라며 "꼭 예쁜 것만이 세상의 혜택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미모 지상주의를 향해 일침을 놨다.

대구가톨릭대 약대에 수석으로 입학한 배 약사는 미모 때문에 좋은 일도 많지만 가끔은 '어이, 아가씨' 등 하대하는 경우도 많아 다소 당황스러울 때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안 좋은 때보다는 좋은 때가 많다. 달서구 송현동에서 이미 친절하고 예쁜 약사가 있는 약국으로 자리를 잡았으며, 동네 단골고객들이 상추, 배추, 고추, 딸기, 옻닭 등을 사들고 오기도 한다.

배씨는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예뻐서 나쁠 건 별로 없죠"라고 웃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