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범의 소행일까. 인간의 소행일까.
백두대간 김천 삼도봉 인근에 표범으로 추정되는 고양이과 동물 출현 주장(본지 9일자 8면)과 관련, 진실 여부를 놓고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하고 있다. 삼도봉 700고지 부근에서 고양이과 동물에 의해 옮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고라니가 3m 높이의 참나무에 걸려있다 발견된 지 3일 후인 10일, 발견자인 최권엽(49·구미 형곡동)씨와 함께 현장을 찾았다.
종일 비가 내린 가운데 부항면 어진1리 마을에서 현장으로 향했다. 산길을 10여분쯤 걸었을까. 오솔길이 끊겼다. 발길을 돌려 계곡을 따라 수풀을 헤집고 정상으로 향했다. 최씨는 "등산로가 없어 계곡으로 오르는 것이 편하다"고 했다. 2시간쯤 올라 드디어 현장에 도착했다.
8부 능선 사이 얕은 골짜기. 고라니는 지름 20㎝, 높이 3m쯤 됨 직한 참나무 가지에 걸려 있었다. 큰 짐승이 오르기엔 지름 20㎝의 나무가 왜소해 보였다. 그러나 사람이 일부러 올리기에도 쉽지 않은 높이였다. 고라니의 덩치는 어미와 새끼의 중간쯤 돼 보였고 배와 엉덩이 부위가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 최씨는 "고양이과 동물이 아니라면 고라니를 이런 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없을 것"이라며 "처음 발견할 때보다 갈비뼈 쪽 살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종일 비가 내린 탓인지 주변에서 짐승 발자국, 털 등 포식자의 흔적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부근에 사람이 다니던 오솔길 흔적만 어렴풋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현장사진을 전문가에게 보내 자문을 구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원창만 박사(포유동물 생태학)는 "현장 증거가 더 필요하겠지만 사진자료만으로 본다면 포유동물의 소행으로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나무에 강한 발톱 흔적이 없는 점, 나무가 왜소한 점 등이 그 이유였다. 원 박사는 "표범의 소행이라면 먹잇감을 물고 올라갈 때 그 하중으로 반드시 나무에 강한 발톱 자국이 남게 되며 또한 이보다 훨씬 굵은 나무에 오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포식자의 경쟁상대가 없는 국내 지역에서는 굳이 먹이를 나무 위에 올려 놓고 먹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견자 최씨는 전문가의 이런 분석에 "안 그래도 언론에 제보해 놓고 골치가 아프다"고 말했다. 최씨는 "기사를 본 지인들이 네가 고라니를 나무에 올린 것 아니냐는 핀잔을 준다"며 "그날 나무에 걸린 고라니를 목격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혼자 보고 말 것을 괜히 제보했다"고 하소연했다.
삼도봉 700고지 3m 위 참나무에 걸쳐진 고라니. 표범의 소행일까. 인간의 소행일까. 겨울비를 맞으며 현장을 확인했지만 의문만 오히려 더 커졌다.
사진·글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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