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재물 없이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

재물 없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 가지(無財七施) 가운데 화안시(和顔施)가 있다. 얼굴을 밝게 하여 부드럽고 정답게 남을 대하면 그것이 바로 '베푸는 일'이라는 뜻이다.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들의 굳은 얼굴을 보며 내 얼굴을 짐작해본다. 다가오는 이의 저 얼굴이 바로 내 얼굴일 것이다. 표정을 조금만 부드럽게 해도 낯빛이 더 환해질 것인데 나도 모르게 금세 굳어버리는 얼굴. 이런 얼굴이라면 남에게 베풀기는커녕 마주 보고 싶은 마음도 일지 않을 것이다. 또, 대인춘풍(待人春風)이란 말도 있다. 남을 대할 때 봄바람이 불듯 따사로워야 한다는 말이다. 밝고 환한 얼굴을 통해 상대방이 향기를 느낄 수 있도록 하라는 뜻일 것이다.

거울을 보며 어색하게 미소를 지어본다. 이제 거울 속에서도 웃는 얼굴이 낯설다. 즐거운 일이 없어서 웃을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웃지 않으니 즐겁지 않은 거다. 웃지 않으니 표정도 굳어 있고 삭막하다. 어디 삭막하기만 한가? 얼굴을 찌푸리고 인상을 쓰는 일도 얼마나 잦은가. 이런 얼굴로 어떻게 남에게 베풀 수 있으며, 봄바람이 불듯 향기로울 수 있을까?

억지로 웃는 웃음조차도 건강에 좋다고 한다. 약물 치료, 물리치료처럼 웃음 치료도 있다. 이렇게 병도 치료하는 웃음에도 연습이 필요하다. 자꾸 웃다 보면 웃을 일도 많아지고 표정도 한결 부드러워질 것이다. 웃음을 담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사람을 대하면 자신 곁으로 사람이 모일 것이다. 그렇다면 밝은 얼굴이 밝은 마음을 만들고, 밝은 마음에서 복도 운도 온다고 해도 되겠다.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雨水)도 지났는데 내 얼굴빛도 대동강 물처럼 환하게 풀려서 봄빛이 돋을 수 있으면 좋겠다. 밝고 환하게 자꾸 웃다보면 저절로 화안시(和顔施)가 될 것이며 대인춘풍(待人春風)의 낯빛이 될 것이다. 그런 얼굴빛으로 상대방을 대할 때 재물 없이도 남에게 베푸는 것이 아닐까?

자, 이제 복을 불러 오는 밝고 환한 얼굴로 재물 없이 베풀 수 있는 나머지 것들도 보자. 언시(言施), 따뜻한 말로 베푸는 것. 심시(心施),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는 것. 안시(眼施), 호의를 담은 눈으로 들여다 보아주는 것. 신시(身施), 몸을 써 남을 돕는 것. 좌시(座施), 자리를 내주어 양보하는 것. 찰시(察施), 묻지 않고 상대의 속을 헤아려 주는 것이다. 물질이 풍요로운 이 세상을 살면서 재물 없이 베푸는 이 친절이 어째서 더 어려운 것일까? 얼마나 실천하는가에 따라 행복의 크기는 결정될 것이다. 나는 아직 웃는 연습이 더 필요하다.

김 승 해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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