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예술대 교명변경, 해프닝으로…

신임 재단 "새 술은 새 부대에" 의욕적 추진

"명칭보다는 내실이 중요한데…."

대구예술대학교(칠곡군 가산면 다부리)가 최근 재단 정상화를 계기로 교명(校名) 변경을 시도했으나 내부 논란이 커 유야무야로 끝났다.

대구예술대는 지난해 12월 새 재단이 들어섬에 따라 교명 변경을 하기로 하고 대학 안팎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내부 공모를 했다. 5년간의 관선 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새로 출발하는 만큼 대학의 지명도를 높이고 지역성을 고려해 교명 변경이 필요하다고 봤다.

교직원들 사이에는 대학을 인수한 학교법인 석암재단 이희영 이사장이 경영하는 세기보청기에서 '세기'를 따온 '세기예술대학교',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예술대학을 지향한다는 의미에서 '대한예술대학교' 등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심지어 20년 전 대학 설립자인 차준부 초대 학장 시절의 학교 이름을 다시 사용하자며 '돈보스코대학교'까지 거명됐다. 역량 있는 교수진을 갖추고 우수한 예술계 학생들을 유치해 잘나가던 초창기 시절의 영광을 되살리자는 의미에서 나온 제안이었다.

그러나 학내 구성원들의 과반수가 교명 변경 시도에 대해 내키지 않는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라는 지명과 '예술'이라는 대학의 정체성을 함께 갖고 있는 현재 이름을 능가하는 대안이 없다는 공감대 때문이다. 교명을 바꾼 대학들의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주장까지 나오면서 교명 변경은 더 이상 없던 일이 됐다.

대학 관계자는 "재단과 이사장의 대학 경영 정상화 의욕은 좋지만 외형만 앞세우다 보면 자칫 잘못된 길로 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내실"이라고 꼬집었다. 교육의 질적 제고와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단의 실질적인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한 교육계 인사는 "특성화된 예술대학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수한 교수와 학생 충원이 우선"이라며 "대학을 인수한 재단 측이 학교에 애정을 갖고 적극 투자를 해야만 대학이 이른 시일 안에 면모를 일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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