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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승훈, 빙속 1만m 제패로 한국인의 힘을 보여줬다

이승훈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계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1만m에서 금메달을 땄다. 12분 58초 55의 기록은 종전 기록을 0.37초 앞당긴 올림픽 신기록이다. 이승훈은 5천m에서도 은메달을 딴 바 있어,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일약 스피드 스케이팅 장거리의 세계 최강자 자리에 올랐다. 한국은 단거리인 500m와 1천m에서 모태범이 금, 은메달을 딴 데 이어 이승훈이 최장거리인 1만m와 5천m에서 금, 은메달을 휩쓸어 쇼트 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모두 세계 최강국에 올랐다.

이승훈의 이번 선전은 의외였다. 아시아 선수 최초 우승에서 나타나듯 스피드 스케이팅 1만m는 상대적으로 체격이 큰 서구 선수들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스피드와 함께 체력이 절대적으로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승훈은 지난해 2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세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쇼트 트랙에서 3관왕에 올랐다. 하지만 4월, 강자가 수두룩한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했다. 이어 선택한 것이 스피드 스케이팅이었고, 7개월 만에 당당히 세계 최강자의 자리에 우뚝 선 것이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선수단은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이규혁에게서는 최선을 다한 선수의 자랑스러움을 읽을 수 있었다. 또 이승훈에게서는 좌절을 이겨낸 불굴의 투지를 본다. 쇼트 트랙에서의 국가대표 탈락은 그에게 견딜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전환해 쾌거를 이룩한 그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 승리자였다.

아직 한국을 위한 잔치는 끝나지 않았다. '따 놓은 당상'이라는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과 금메달 텃밭인 쇼트 트랙이 남아 있다. 남은 경기 동안 투혼을 발휘해 국민에게는 기쁨을, 스스로에게는 인생의 승리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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