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높이뛰기는 양치기 소년들이 지팡이로 방목장의 울타리나 장애물을 뛰어 넘은 데서 착안한 경기다. 1795년 독일체조의 기초를 세운 체육학자 요한 구츠무츠가 나무 봉을 사용해서 1m30㎝를 뛰어 넘은 것이 첫 공식기록이다. 제1회 올림픽대회의 우승기록은 3m30㎝, 현재 남자 세계기록은 장대높이뛰기의 전설로 불리는 세르게이 부브카가 1994년 수립한 6m14㎝, 여자는 엘레나 이신바예바가 2009년 수립한 5m6㎝이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는 상·하체의 균형적 발달과 함께 팔·다리가 길어야 하며 스피드, 파워, 유연성 및 협응력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장대높이뛰기의 기록은 장대의 성능에 따라 발전했다. 탄력성이 좋은 대나무가 사용된 후 1912년 4m를 돌파했고, 1946년 알루미늄과 1960년대 유리섬유 제품이 개발되면서 5m를 넘어섰다. 탄소코팅처리한 첨단 특수유리섬유로 만들어져 탄성과 내구력까지 보강된 장대가 등장하면서 1985년에는 6m를 돌파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현재 6m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15명에 불과하며 여자선수 중 5m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이신바예바가 유일하다.
장대는 재질, 두께, 길이의 규격에 아무런 제한이 없는 것처럼 공인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데, 일반적으로 길이 4m50㎝ 이상, 지름 3.5㎝ 이상의 장대를 사용한다. 심지어 다른 선수의 장대를 빌려서 출전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길고 탄성이 우수한 장대만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부브카가 사용한 장대는 6m에 달했지만 다른 선수들이 같은 장대를 사용해도 부브카와 같은 기록을 낼 수가 없었다. 장대를 든 상태에서 45m의 도약거리를 폭발적인 스피드로 질주한 후 장대를 박스에 꽂는 순간 수평에너지를 전부 장대에 실어 굽히는 능력이 중요하다. 도약준비를 위한 스피드가 중요한데, 부브카는 100m를 한국기록(10초34)보다 빠른 10초1에 주파한 우수한 스프린터였다. 빠른 스피드에 의한 높은 운동에너지가 장대의 탄성에너지로 전환된 후 다시 위치에너지로 변환되면서 우수한 기록이 나온 것이다.
길지만 무거운 장대는 효율성이 저하되는데, 1950년대 대나무에서 금속으로 재질이 바뀌는 과정에서 무게가 오히려 무거워져 기록 향상이 둔화된 적이 있다. 그 후 가벼운 소재이며 탄성이 우수한 유리섬유의 장대가 기록 발전에 현저한 공헌을 하였다. 장대높이뛰기는 장대의 휘어지는 변형량과 다시 펴지는 반발력이 비례한다는 '후크(Hooke)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탄성이 우수한 장대를 충분히 굽힐 수 있는 파워와 탄성을 바탕으로 몸을 거꾸로 솟구칠 수 있는 도약력이 요구된다. 장대를 박스에 꽂은 후 공중으로 치솟게 될 때의 공포심을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을 중심으로 한 심리적 능력도 함께 요구된다. 장대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기 위한 기술향상의 끝없는 훈련이 강조되는 종목이라 우리나라 선수들의 성공 가능성도 높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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