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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시조 들여다보기] 비는 온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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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온다마는

무명씨

비는 온다마는 님은 어이 못 오는고

물은 간다마는 나는 어이 못 가는고

오거나 가거나 하면 이대도록 그리랴

"비는 온다마는 임은 어이 오지 못하고/ 물은 간다마는 나는 어이 가지 못하는고/ 님이 오거나, 또 내가 가거나 할 수 있다면 이토록 그리우랴"로 풀리는 시조다. 그야말로 가슴이 아려오는 그리움의 노래다.

이 작품은 『악부(樂府)』 서울대본과 고대본, 『고금가곡』(古今歌曲), 『永言類抄』(영언류초), 『가요』(歌謠) 등의 가집에 전한다. 『가요』집에는 종장이 '언제나 위운위우(爲雲爲雨)하여 임거래(任去來) 할고'로 이본이 실려 있기도 하다. '위운위우' 나 '임거래'라는 시어들이 지나치게 노골적이어서 개작된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운우지정'(雲雨之情)은 남녀 사이에 육체적으로 관계하는 정을 가리키는 것이고, '임거래'는 사랑을 거래하는 것으로 비하시켜 거북살스럽다. 이 때문에 가집 편찬자가 순화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이 작품을 쓴 사람이 밝혀져 있지 않은 것도 시의 내용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작자를 추측해 보면 이토록 애절하게, 또 대담하게 읊어낼 수 있는 작자층이 기녀들밖에 없었을 것 같다. 사랑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시대, 당시 기녀들이 나눌 수 있었던 사랑을 짐작해보면 이 시의 의미가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사랑하는 두 사람이 가거나 오거나 하여 사랑을 나눌 수 있었다면 이런 간절한 작품은 창작되지 않았을 것이다. 만날 수 없어 그리움은 깊어지고, 깊어진 그리움이 노래를 낳았으리라. 이를 좀 더 넓게 해석해보면 당시 사회에 대한 원망을 읽어낼 수도 있다. 그토록 임을 그리워하면서도 그리운 사람을 마음대로 찾아가 볼 수 없도록 여성의 행동에 많은 제약이 있었던 시대, 참 안타까운 시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 그것이 설사 아픔이라도 그리워하고 싶다. 문명의 발달이 사람의 삶을 편하게 해주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삶을 의미 있게 만들고, 또 행복하게 해 주진 않는다. 인간의 행복은 기계가 갖다 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가져다 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봄비 내리는 날이면 그리운 사람이 떠오를 것이다. 만날 순 없어도 그리운 사람 그리워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문무학·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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