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생명, 젊음, 추억 그리고 사랑 이야기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임수진 지음/소소리 펴냄

수필가 임수진씨가 첫 번째 수필집 '나는 여전히 당신이 고프다'를 출간했다. 2004년 등단 이후 계간지 등에 기고했던 글과 등단을 전후해 썼던 여러 글을 묶었다. 자작시도 몇 편 더했다.

이번 수필집에서 임수진은 생명과 젊음, 추억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일상에서 마주치기 마련인 경험을 문학적 감수성으로 표현하고 있다. 굳이 기승전결을 갖추려 애쓰지 않았는데, 그렇다고 흔히 수필에 따르는 말처럼 '붓 가는 대로 편하게 쓴 글'도 아니다. 일상을 소재로 하되, 문학적으로 세심한 장치를 곁들였다. 그런 까닭에 수필이라는 비교적 편리한 문학적 장르를 소통의 방식으로 택하고 있지만, 장편(掌篇) 소설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만큼 문학적 장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는 삼계탕을 끓일 요량으로 산 닭을 손질하면서 생식 능력을 잃어버린 여자의 자궁을 생각하고, 아이를 낳지 못해 시앗의 위세를 견뎌야 했던 여자의 쓸쓸한 일생을 생각한다. 또한 세월과 함께 찾아온 눈가의 주름을 보며 '늙음'이 잡아채질 못할 도피처를 찾는다.

임수진은 아이를 낳지 못해 시앗을 참아야 했던 옛날 여자, 20년 가까운 세월 아이를 잉태하고 출산하고 키워내느라 삭정이가 되어간 어머니의 몸을 슬프게 바라본다. 어미는 삭정이가 돼 가는데, 새끼의 가슴과 엉덩이에는 살이 오르는 모양을 미안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하이힐이 어울리던 발은 아이를 뒷바라지 하느라 단화에 익숙해졌고, 마음먹고 하이힐을 샀지만 '길 잃은 자식'의 전화를 받고 얼른 벗어버리고 내달린다. 어머니 영정을 앞에 두고 꾸역꾸역 밥을 먹고, 그 밥에 단맛이 있음을 알아내고는 또 부끄러워 한다.

그 모든 것들은 살아있는 사람이 마땅히 맞이해야 할 사람살이인데, 지은이는 그 사람살이를 아프고 미안한 마음으로 본다. 207쪽, 1만원.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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