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삶의 안전지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삶이 안정되길 바라지 말라는 말이 있다. 그리고 삶엔 안전지대도 없다고 한다.

난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을 지금도 기억한다. 나는 그 당시만 해도 좀 더 안전한 삶, 좀 더 안정적인 내 모습을 기대하며 또 그것을 찾으며 살고 있었다.

스무살 땐 서른이 되면 아마 내 삶이 안정되어 있으리란 기대를 했던 것 같다. 그때쯤이면 밀고 당기는 사랑의 줄다리기도 필요 없을 것이다, 아마도 그때쯤이면 배우자 정도는 결정이 돼 있으리라. 그리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돼 있을 것이고, 내 삶의 방향도 꽤나 선명하리라.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삼십대가 되었다. 그런데 한 해 두 해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혼란스러워졌다. 삼십대가 되어도 삶은 안정되지 않았고, 안전지대라는 것은 없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조금씩 깨달아가기 시작했다. 삶이 안정되는 나이라는 건 없구나, 그저 그 나이가 주는 고민이 따로 있을 뿐이구나, 라고.

헬렌 켈러가 이런 말을 남겼다. "안전이란 십중팔구는 미신이다. 삶은 위험을 무릅쓴 모험일 뿐이다."

일과 사람 관계의 부딪힘은 나이가 든다고 절로 없어지는 게 아니었다. 사랑도, 사랑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파고도 이십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걸 머리가 아니라 현실로 알게 되었다. 고백하건대, 그럼에도 나는 아직도 내 삶이 조금은 안정되어 주길 바란다. 하지만 또 솔직한 심정이건대, 내 삶이 심심해지고 지루해지는 걸 원치 않는다. 나는 나의 한계와 틀을 조금씩 무너뜨리는 재미를 이미 알게 되었고, 그것이 결국 삶의 안정을 바라는 것보다 오히려 내 삶을 더 튼튼하게 만들어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누군가 내게 안정과 변화 중에서 단 한 가지만 고르라는 잔인한 질문을 던진다면, 나는 조금 머뭇거리긴 하겠지만 용감하게 변화를 선택하련다.

어쩌면 가끔, 아니 자주 삶이 좀 안정되면 좋겠다며 투정을 부리기도 하겠지만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사랑하리라. 이렇게 살고 저렇게 살아도 내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정해져 있고 지금도 흘러가고 있다. 붙잡는다고 붙잡혀줄 시간이 아니다. 가지 말란다고 가던 길을 멈추고 내 사정을 봐 줄 시간도 아니다. 그러니 우린 좀 더 용감해질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뭐라도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용기를 낼 때 삶은 좀 더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전문주 방송작가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며 대구의 '첫 여성 단체장'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대구의 경제적 문제를 해...
이달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넘어서며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중동 전쟁의 여파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어 1,500...
경기 남양주에서 20대 여성을 살해한 40대 남성 A씨가 의식 불명 상태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이 지연되고 있으며, A씨는 범행 후 전자발찌...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폭격으로 중동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살해하겠다고 공언했으..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