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경산생활체육공원 럭비장. 전국에서 모인 100여명의 신체 건장한 청년들이 미식축구 국가대표 선발 테스트에 참가하고 있었다. 이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살펴본 '제일교포 3세' 김용수(일본명 후쿠다 류수·45) 미식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눈에 띄는 선수가 없어요. 솔직히 생각했던 것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일본 쓰쿠바대를 졸업하고 1988년부터 1995년까지 미식축구팀인 아사히맥주 실버스타스에서 라인배커로 뛰며 도쿄 슈퍼볼에서 3번 우승을 차지한 김 감독에게 대학에 진학해서야 비로소 미식축구를 알게 된 우리나라 선수들의 실력은 형편없어 보였다.
일본 경우 NFL(미국프로풋볼) 개막전을 유치할 정도로 미식축구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대학 동아리 35개팀, 사회인 동아리 8개팀이 전부다. 비인기 종목이어서 지원도 넉넉지 않다. 국제대회에 나가려면 선수들이 자비로 비행기표를 사야 할 형편이다. 그래도 미식축구에 대한 열정은 뜨겁다. 한번 인연을 맺으면 끝이 없다. 선배들은 월급을 털어 후원금을 내고 후배들은 '영광의 그날'을 향해 그라운드를 뛰고 또 뛴다.
대한미식축구협회는 일본의 선진기술을 조금이나마 배워보겠다는 일념으로 김 감독을 영입했다.
김 감독은 "2008년 감독 제안을 받았으나 코난대 코치에다 개인 일로 거절했다"며 "하지만 여러 번 제안을 받고는 영광으로 생각하고 제안을 수락했다"고 했다.
김 감독의 과제는 내년 1월 열릴 일본과의 제4회 미식축구 월드컵 아시아 예선. 이 경기를 이겨야 월드컵 진출권이 주어지지만 가능성은 매우 낮다. 2003년 평가전에서 0대88로 패했다. 한국은 승리보다 도전에 무게를 두고 있다. 코치진을 전부 한국인으로 꾸린 것도 뭐라도 하나 배우려는 데 있다. 김 감독도 흔쾌히 자신의 경험과 실력을 유감없이 전해줄 작정이다. 이력서에 밝힌 '대구 출신'이라는 점으로 뭐든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본적이 대구입니다. 부모님이 일본에서 태어났고, 할아버지·할머니는 일찍 돌아가셔서 사실 한국을 잘 모릅니다. 그러나 항상 한국과 대구는 찾고 싶은 곳이었습니다."
이번 감독을 계기로 한 달 전에야 대구를 처음 찾았다는 그는 "깨끗하고 발달한 도시"라며 "도전이라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을 보여주는 한국 미식축구에 작은 힘이지만 보태겠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13년 2월 말까지 3년간 국가대표팀을 이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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