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나라' '일의대수(一衣帶水)의 나라' '국화와 칼의 나라'. 흔히 일본을 지칭할 때 잘 따라붙는 수식어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일본총리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졌을 때 일 총리도 한일 양국 관계를 "일의대수와 같다"며 가까운 사이임을 강조했다. '일의대수'는 수나라 문제(文帝)가 진(陳)나라를 치기 위해 양쯔강을 건너기에 앞서 했던 말인데 '옷의 띠만큼 좁다'라는 뜻으로 아주 가까움을 말한다.
그러나 일본은 틈만 나면 '가까운' 우리를 괴롭히고 있다. 독도(일본은 다케시마라고 씀)에 대한 영유권 주장이 그것이다. 이제는 아예 초'중'고교 사회과 교과서에 '독도는 일본 땅'이라 기술하고 어릴 때부터 일찌감치 이를 주입시키겠다고 나서고 있다. 식민지배와 2차 세계대전 전쟁 원흉으로서 우리민족에게 저지른 수많은 악행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남의 땅을 제 땅이라고 우기는 억지를 밥 먹듯이 해온 터이긴 하지만 그들의 후안무치에는 그저 놀랄 뿐이다.
올해는 일제에 의해 100년 전 조선이란 나라가 지도상에서 사라지는 국치(國恥)를 당한 해(1910년)이고, 저들에 의해 안중근 의사가 목숨을 잃은 지 100년이 되는 해이다. 또한 지금으로부터 꼭 90년 전인 1920년에는 소녀 유관순이 독립만세를 외쳤다는 죄목으로 꽃다운 삶을 마쳐야 했다. 올 3월은 우리에겐 일본은 과연 어떤 나라이고, 또 일본인은 과연 누구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달이 됐다.
일본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든, 교과서에 영유권을 기술하든, 한일 양국 관계의 가까움을 강조하든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그들의 겉으로 드러난 꿀 바른 듯한 달콤한 말과 행동 뒤엔 늘 비수(匕首)와 검(劍) 같은 흉기가 감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구밀복검(口蜜腹劍'겉으로는 친한 척하지만 뱃속에는 칼을 품고 있다는 뜻)이란 말처럼.
얼마 전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이 대통령이 후쿠다 일본 총리와 회담할 때 후쿠다 총리가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의 일본 땅 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자 이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을 사실이라고 주장해 뜨거운 논란이 벌어졌다. 백령도 군함 침몰 등으로 어수선한 요즘, '잔인한 4월'이 되지 않도록 나라 안팎으로 우리 모두 정신 바짝 차려야 할 때이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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