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가 오르면서 너도나도 주식형펀드의 환매에 나서고 있다.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이달 들어서만 4조원, 올 들어서는 8조원 가까이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많은 전문가들이 추가 상승장을 예상하며 환매를 말리고 있지만 환매 국면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기세다. 어차피 환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체계적인 계획을 통해 환매에 나설 필요가 있다. 환매를 하는 순간, 숫자로만 존재하던 수익률이 돈으로 현실화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흐름을 읽고 정확한 타이밍에 쪼개서 환매하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한다. 환매 신청 시간과 차후 투자계획을 꼼꼼하게 점검하고, 기회 비용을 고려하는 것도 유리하게 환매를 할 수 있는 요령이다.
◆국내·외 증시 재료에 주목할 시기
좀 더 나은 조건에 환매를 하려면 주가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나눠서 환매를 해야한다. 현재 경기의 방향성과 기업 이익의 추이, 위안화 절상 시기 및 미국의 출구전략 등 글로벌 시장을 꼼꼼하게 살펴야한다는 것.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시간 간격을 두고 몇 번에 걸쳐 환매에 나서는 전략도 필요하다. 주가의 고점을 정확하게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환매함으로써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우선 1차 매도 타이밍은 간판 IT 기업들의 실적 공개가 잇따르는 이번 주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공개한 1분기 실적 잠정치를 통해 2004년 이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예고했다. 삼성전기의 경우 이번 분기 사상 최대 매출이 예상된다. 하이닉스와 LG전자 등도 실적이 상당히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유명 IT기업들도 20일(현지시간) 애플을 시작으로 21일 퀄컴과 샌디스크, 22일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AUO· 에이서· 버라이즌이 실적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 이들 기업의 실적이 호전될 경우 IT 주도 장세가 펼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환매를 고려해야 할 시점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리는 26, 27일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통화당국이 상당 기간 현 제로(0)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할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민간 고용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3월 경기선행지수도 최근 10개월간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 출구전략 등 금리 인상 시기에 관한 언급이 나올 수 있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 시기와 폭이 결정되는 시점도 중요하다. 특히 다음달 중으로 예정된 미중 경제전략회의와 6월 20일 열릴 G20 정상회의 등에서는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관한 이슈가 부각될 전망이다. 대구은행 오건상 마케팅기획부 차장은 "경기 흐름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조언을 듣거나 각종 세미나 및 교육, 각종 매체의 경제 흐름 분석을 보고 판단하는 것이 좋다"며 "특히 여러 은행이나 지점 등을 다니며 우수한 상담 전문가의 조언을 듣는 것도 재테크의 요령"이라고 조언했다.
◆투자환경과 기회비용을 따져라
단순히 수익률만 보고 환매를 결정하는 태도는 좋지 않다. 손해를 보고 있더라도 펀드가 투자한 지역의 투자 여건이 나쁘다면 추가 손실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환매하는 것이 좋다. 반대로 이미 수익률이 좋더라도 투자 환경이 좋아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면 환매를 미뤄두는 게 바람직하다. 기회비용도 따져봐야 한다. 펀드는 환매를 신청하고 돈이 나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린다. 특히 해외 주식형펀드의 경우 환매 신청 후 통상 영업일수로 8일 정도가 소요된다. 특히 중국 본토의 주식형펀드의 경우 한 달에 한 번만 환매 자금이 지급되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한달 후에나 환매 대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환매대금을 지급하는 시점과 최대한 가까운 시점에서 환매를 신청하는 것도 기회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경우 3일 뒤에 돈을 주는 경우가 일반적이므로 증권사에서 환매신청 후 바로 대금을 지급해 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오후 3시를 전후로 주식형 펀드의 환매 시점이 달라진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주식시장이 마감되는 오후 3시 전에 환매신청을 하면 그 날의 시장상황이 반영된 기준가로 가입과 환매가 이뤄지지만, 이후에 환매신청을 하면 그 다음날의 시장상황이 반영된 기준가로 환매가 이루어진다. 따라서 3시를 넘겼다가 하루 사이에 주식시장이 급락하는 사태가 발생하면 생각지도 못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애널리스트는 "기회비용을 줄이려면 환매하기 전에 다음의 투자계획에 대해 미리 생각해야 한다"며 "특히 분위기에 휩쓸린 '묻지마 환매'는 추가적인 투자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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