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선수 중 준결승 이상 진출하는 선수가 좀 나와줘야 하는데…."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 고위 간부의 말이다. 한국 육상을 걱정하고 선전을 기대하는 마음이기도 하겠지만 이는 다름 아닌 대회 흥행 때문에 나온 얘기다.
조직위 간부로서 2011 대회의 흥행을 바라는 마음이야 간절하겠지만 조직위 차원의 노력보다 막연히 우리나라 선수의 성적에 기대고 있는 듯한 모습에 왠지 씁쓸하다. 시·도민과 전국, 세계인을 대상으로 경기장을 찾도록 묘안을 짜내고 전방위로 움직여야 할 조직위가 선수들에게 흥행의 책임을 지우는 것 같아 안타깝기까지 하다. 자칫 흥행에 실패한다면 선수들 탓을 하지 않을지도 걱정된다.
2011 대구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서, 19일 열리는 2010 대구국제육상대회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다행히 유료 입장권 판매 목표 4만2천장 중 2만7천장이 팔렸다고 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중 인터파크 등을 통한 일반 예매는 2천여장에 불과하다. 이는 시민을 경기장으로 불러들일 뾰족한 대책 없이 그저 육상 스타 '볼트'라는 선수 브랜드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회 때에도 일부 좌석(8천300석)에 한정해 유료 관중을 채운다고 진땀을 뺐다. 처음엔 유료 좌석 목표가 2만여석이었다가 1만5천석으로 줄었고 결국 100m 트랙 부근 및 여자장대높이뛰기 등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좌석에 한해 유료화했다. 그러나 좌석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눈물겨웠다. 간부들이 수십장에서 100장씩 입장권을 사서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꼭 자리를 채워달라고 부탁했다. 또 대구시 각 동별로 전세버스 비용을 대는 등 예산을 사용하며 주민을 동원하기도 했다. 예년 대회 때처럼 교육청에 학생 동원을 요청했지만 당시 신종플루, 시험 기간 등과 겹쳐 반대하는 바람에 결국 동원하지 못했다.
대회를 성공 개최해야 하고, 기반이 약하고 인기 종목이 아닌 한국 육상을 업그레이드시키고자 하는 기본 방향은 공감한다. 또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유료 입장객을 최대한 늘려 육상 대회에 대한 '싸구려 이미지'도 바꿀 필요도 있다. 그렇다고 막연히 '몇장 유료화'하겠다는 선언만 하고 대책 없이 있다 결국 돈 써서 동원하고 입장권을 사서 나눠주는 식의 구태의연한 방법은 아니다. 이는 조직위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고 인정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조직위는 며칠 남지 않은 2010 대구국제육상대회는 물론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흥행을 위해 참신하고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발로 뛰어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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