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격전지, 현장 속으로] <4> 영양군

이희지 "35년 행정경험" 권영택 "기회 한번만 더" 권재욱 "

영양군은 3파전이다. 각 후보는 매일 논밭을 찾아가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위쪽부터 이희지, 권영택, 권재욱 후보.
영양군은 3파전이다. 각 후보는 매일 논밭을 찾아가 유권자에게 표를 호소하고 있다. 위쪽부터 이희지, 권영택, 권재욱 후보.

지난 주말 찾은 경북 영양군 영양읍내. 골목 슈퍼마켓 한 아주머니에게 "선거 분위기가 어떤가. 누구를 지지하는가" 하고 물으니 아주머니는 얼굴이 빨개져서 주위를 휙휙 두리번거렸다. "되도록 입 다물고 있어야지… 누굴 지지한다고 소문나면 큰일 난다"며 아주머니는 문을 닫고 카운터에 성큼 앉았다. 선거 이야기만 나오면 '쉬쉬' 하는 통에 분위기를 읽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한 식당에서 만난 40대 남자는 "주민들 간에 의견 다툼이 얼마나 큰지 모른다"고 했다.

처음 한나라당 공천에 내정된 권영택 영양군수가 감사원 감사에서 비리 혐의가 적발돼 수사 의뢰되자 한나라당은 영양군을 무공천 지역으로 선정했다. 이곳은 인물 대결이 펼쳐질 경북 최대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다.

3파전이다. 영양읍내 한가운데 세 후보의 선거사무실이 삼각형 방향으로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걸어서 몇초도 걸리지 않는 거리였다.

먼저 찾은 무소속 이희지(61) 예비후보는 '35년 행정 경험'을 내세웠다. 이 예비후보는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권 군수에게 195표 차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 예비후보는 "이번에는 다르다"며 "경북도와 영양군 재직 시절 쌓은 인맥과 행정력, 한나라당 중앙당과의 네트워크가 나만의 경쟁력"이라며 당선을 자신했다. 또 "지난 선거에서 함께 낙선한 모 후보가 이번 캠프에서 동고동락하면서 힘이 되어주고 있다"며 "시골 선거는 어느 후보가 얼마나 많은 유권자를 일일이 만나 손을 잡고 읍소했는지에 달렸다"며 '일대일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가 취소당한 권영택 군수는 '4년 군정 경험'을 내세워 주민들에게 읍소했다. 그는 "검찰 등으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지역 민심이 싸늘하게 돌아선 것을 느낀다"며 "해명할 시간이 촉박해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는 영양군이 한나라당의 무공천 지역으로 분류된 것을 두고 '당의 배려'라고 해석,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도리"라고 했다. 권 군수의 전략은 주민들께 허리를 깊게 숙이며 '부덕한 까닭'이라며 "한번의 기회를 더 달라"는 '하소연 전략'이다. 그러면서 풍력발전단지 설립, 동서6축 고속도로 영양나들목 건립, 젖소개량부(일종의 연구소) 유치, 산나물축제 등 지역 축제 활성화 등 지난 군정의 업적을 내세우고 있었다.

영양군의원 3선의 권재욱(49) 예비후보는 '청렴결백한 농민의 아들'을 내세우고 있었다. 권 군수와는 영양고 동기다. '바뀌어야 한다. 우리가 바꾸자'는 표어가 박힌 명함을 건넸다. 권 예비후보는 읍내에서 '막걸리 후보'로도 불리고 있었다. 이유를 묻자 "술도 자주 하고 그런다"는 답이 돌아왔다. 권 예비후보는 "농업을 중심으로 군정을 펼치며 영양군을 화합시킬 수 있는 사람이 군수가 되어야 한다"며 "주민 모두를 안고 가는 정책을 펴겠다"고 했다. 그는 일월면 도곡리에서 약 2만3천㎡(7천평)가량의 고추 농사를 직접 하고 있다. 이날 오후 8시 후원회 창립총회도 열었다.

이 예비후보와 권 군수는 서로 싸늘했다. 권 군수의 감사원 감사를 이 예비후보가 촉발했다는 소문이 무성했고, 그런 소문을 권 군수 측에서 일부러 흘린다는 얘기도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이 예비후보는 "나는 아니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주민들은 "선거는 축제라는데 여기는 전쟁"이라며 "이번에는 주민들이 선거 혐오증까지 느끼면서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봄, 이상 저온으로 영양군은 지금이 한창 농번기다. 대부분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후보들도 모두 논밭을 찾아 맨투맨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1만표 가까이면 당선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양 김경돈기자·서상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