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교실] 로켓 보이

"1957년 10월 4일 소련 공화국은 성공적으로 인류 역사상 첫 번째 위성 스푸트닉(Sputnik)을 지구 궤도 안에 발사했습니다". 영화 '옥토버 스카이'(October Sky, 1999)의 시작과 함께 라디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오는 대사이다. 이 영화는 실존인물 호머 힉켐(Homer H. Hickam, Jr)의 자서전 '로켓보이'(Rocket Boys)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콜우드(Coalwood)라는 탄광촌에서 광부의 운명을 타고난 호머는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 성공에 대한 뉴스를 듣고 우주로 가겠다는 꿈을 갖게 된다. 그 후 친구들과 로켓 연구에 몰입하게 되고, 계속되는 어려움을 무사히 극복하여 로켓공학자로의 길을 내딛게 된다. 호머가 꿈을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탄광촌이라는 현실에 대한 탈출 의지도 있었지만 뚜렷한 목표와 열정,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등대가 되어주었던 라일리(Freida Riley) 선생님, 롤 모델(Roll Model) 워너 본 브라운(Wernher Von Braun) 박사가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미국은 소련의 '스푸트닉' 발사 이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과 미 항공우주국(NASA)을 중심으로 수많은 로켓 보이들의 활발한 연구로 현재는 우주항공분야의 선두주자 자리에 섰다.

우리나라는 1992년 과학기술위성인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위성 제작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13번째로 자체 개발 위성체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나로우주센터도 갖추었다. 2009년 8월 25일의 실패를 거울삼아 올해 6월 9일 2차 발사의 성공을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나로호는 순수 한국 기술로만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핵심 기술은 러시아에서 빌려와 아직 발사체 기술을 완전히 가졌다고 할 수 없다. 한국 항공우주연구원은 2018년 순수 자체 기술로 만든 발사체를 제작할 계획이며, 2020년쯤 달 탐사 위성을 쏘아 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주 개발 역사가 15년 정도밖에 되지 않아 연구 개발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점이 가장 시급히 해결할 문제인 것 같다.

해마다 4월에는 모형항공기 대회, 물로켓 대회를 준비하는 로켓 보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비행기도 있고 지구 밖으로 우주선도 날아다니는 21세기에,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날아가는 모형 비행기를 만들기 위해 비지땀을 흘리는 아이들을 보면 더 넓은 우주로 날아가야만 할 숙명을 안고 태어난 600년 전 과학자 최무선의 후예들처럼 느껴진다. 올해는 참가 인원이 예년과 비교하여 많이 줄었고, 사교육의 때가 묻지 않고 순수한 열정이 녹아있는 아이들의 작품이 많았으며, 모든 사람이 대회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교과부 정책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우려하는 이들도 많지만, 가볍게 흔들리는 부모의 교육철학이 아이들의 꿈조차 흔들어 놓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주변에는 많은 로켓 보이들이 있다. 그들의 꿈이 실현되도록 지속적인 격려와 지원이 있다면 축배를 드는 날도 곧 올 것이다.

김용순(대구여자고등학교 교사)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