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폐막된 '2010문경전통찻사발축제'에서 27개국 외국도예인과 관람객의 통역 자원봉사를 맡기 위해 홍콩에서 입국한 사업가 찰리 윤(47·한국명 윤수한)씨가 화제가 됐다.
윤씨는 한국에서 생물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현재 독일 바이오연료 자동차개발회사의 홍콩지사장을 맡고 있다. 윤 박사는 20여년간 해외생활을 하면서 한국문화를 알리는데 관심을 가졌고 4년 전부터 강진과 이천 등 국내에서 도자기관련 축제가 열릴 때마다 휴가를 내 항공료와 숙식비 등을 자부담하면서까지 귀국 자원봉사를 하는 열성 도자기 마니아가 됐다.
"외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도자기에 심취해 관련 서적 60여권을 구입해 나름대로 세계 각국의 도자기문화를 공부하게 됐지요."
윤 박사는 "외국 도예인들의 작품을 보면 강진 청자, 이천 백자, 문경 전통도자기 등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느낀다"며 "세계의 도자기문화는 임진왜란 때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찻사발문화가 메이지유신을 통해 유럽으로 갔다가 400여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오는 역한류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문경의 도자기는 전통 장작가마 등 자연적인 힘에 의해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반면 외국 도자기는 화학적인 유약과 기계에 의존한 불의 온도에 맞춰 제작되고 있다는 것.
윤 박사는 또 "아직도 유럽에서는 세계도예문화의 원조가 일본이라고 생각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일본도자기의 변천과정을 들여다보면 유명 일본 도예인들의 스승은 한국 도예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어 도자기 역한류 현상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문경찻사발축제에는 처음 참가한 윤씨는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외국인들에게 이 같은 한국 전통도자기의 역사와 배경을 제대로 전달하는데 구슬땀을 흘렸으며 참가 외국 도예인들의 작품도 지난해 축제보다 2배 이상을 판매하는 숨은 주역이 됐다.
윤씨는 "미국·영국·네덜란드·덴마크 등 외국 도예인들이 유럽 도자기의 본향이 한국이고, 이에 따른 도자기 역사와 기술을 한국에서 새롭게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에 나의 정체성도 찾은 것 같아 큰 보람을 느꼈다"며 "내년에도 문경찻사발축제에 꼭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호탕하게 웃었다.
문경·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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