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동수의 야구토크] 오정복, 2군의 희망 되나

프로야구 무대에서 '깜짝' 스타가 탄생했다. 지난주 야구장과 술잔이 오가는 자리에서 야구팬들은 삼성 라이온즈의 외야수 '오정복'에 대해 얘기했다. 누구는 "귀엽다"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숨은 진주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고 칭찬했다. 언론도 마찬가지였다. 예상치 못했던 맹활약에 언론은 앞 다퉈 그에 대한 분석 기사를 내놓았다.

이달 2일 삼성-한화전이 열린 대전구장. 야구팬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오정복이란 이름이 타순과 수비 포지션에 올라 있었다. 프로 2년 차인 오정복이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것이다. 2009년 2차 7라운드 지명을 받고 삼성에 입단한 그는 첫 해 6경기에서 7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당연히 그의 이름은 야구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이날 9번 타자로 나선 오정복은 첫 타석에서 안타를 치고 타점을 올렸다. '어쩌다 쳤겠지'라는 의문 부호 속에 그는 야구인생을 바꿀 수도 있는 기회를 다시 잡았다. 1점차로 삼성이 뒤진 8회 2사 후 그는 호투하던 상대 투수 마일영을 상대로 보란 듯이 동점 홈런을 쳐 '임무를 100% 수행'한 선수로 기억됐다.

오정복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자신의 홈런으로 연장 승부로 간 11회. 또 다시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리며 팀의 승리를 자신의 방망이로 확정지었다. 그제야 설마 했던 야구팬들과 삼성구단, 상대선수들은 오정복의 존재를 실감했다. 스타 탄생의 순간이었다.

오정복 이야기를 꺼낸 건 2군 선수들이 생각나서다. 프로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냉혹한 세계다. 실력을 갖췄더라도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야구 인생을 접는 경우도 허다하다.

2군 선수들은 팬들의 외면 속에 오직 1군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나름대로 죽을 힘을 다해 실력을 쌓지만 1군의 부름이 없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2군 선수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불투명한 미래다.

1군에 올라가더라도 성공을 보장받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승패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내로라하는 선수들 앞에서 주전 확보는 또 하나의 꿈이다. 대타, 대주자, 대수비로 1군 그라운드를 밟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실력을 짧은 순간에 보여주기란 쉽지 않다.

반면 작은 실수라도 저지르면 공든 탑은 무너진다. 어쩌다 주어진 한 차례 기회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지 못하면 다시 짐을 싸야 하는 처지다.

이런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쓸쓸히 은퇴한 선수들이 많다. 삼성의 박규대, 김승관은 2군에서만 10년 이상을 버텼다. 대부분은 2군에서 5년 이상 버티지 못한다. 그런 면에서 두 선수는 기량도 있었고 팀에서도 기대가 컸던 선수들이었다. 당시 2군에서는 두 선수를 따라갈 선수가 어느 팀에도 없었다.

두 선수에게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1군 무대에서 첫 단계를 넘어서지 못한 것이다. 김승관은 고교 때'좌 승엽(경북고), 우 승관(대구상고)'으로 불릴 만큼 주목받았다. 하지만 좌 승엽은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지만 김승관은 1군 무대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고 그라운드를 떠났다.

오정복은 이제 첫 단추를 끼웠다. 한 경기에서 잘했다고 주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앞으로 넘어야 할 수 많은 산을 지혜롭게 헤쳐 가야만 '깜짝'이란 명칭에서 벗어날 수 있다. 방법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그가 잘해 2군 선수들의 희망이 되어주길 바란다.

이동수 대구방송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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