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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멧돼지 집단폐사, 뒤늦게 부산 떠는 영천시

최근 일주일 새 영천시 청통면 신원리 팔공산 자락에서 야생 멧돼지가 잇따라 집단 폐사했다. 지난 3, 4일 죽은 멧돼지 네 마리가 처음 발견된 데 이어 8일 추가로 두 마리가 계곡 인근에서 목격됐다. 높은 기온 탓에 곳곳에 썩는 냄새가 진동했고 계곡물에 멧돼지 사체가 그대로 방치돼 오염이 우려되는데도 해당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었다. 심지어 매몰 처리했다고 속이기까지 했다.

매일신문이 이를 집중 보도하자 영천시가 10일 뒤늦게 매몰 작업을 벌이고 원인 규명에 나섰다. 뒷북 행정의 전형이다. 봄철이라 산행객도 많고 야생동물의 번식기인 점을 감안할 때 지자체의 이 같은 늑장 대응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현재 구제역 파동으로 전국이 난리가 아닌 상황이다.

현장을 확인한 수의사에 따르면 멧돼지 발굽이 깨끗하다는 점에서 구제역 가능성은 낮다고 한다. 멧돼지는 후각이 예민해 독극물을 거의 먹지 않고 주변에 올가미도 발견되지 않았다. 현재로선 집단 폐사의 원인이 무엇인지 판단할 근거조차 없다. 멧돼지 사체가 처음 발견됐을 당시 영천시가 경북도 가축위생시험소에 이를 신고하고 역학조사를 의뢰하지 않아 빚어진 결과다. 이미 부패가 많이 진행돼 역학조사조차 힘들다.

관할 구역 내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져도 지자체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손 놓고 있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영천시는 10일 앞으로 야생동물 사체에 관한 제보를 받는 즉시 현장에 출동해 폐사 원인을 규명하겠다며 신고 및 현장 출동 체제 정비 계획을 밝혔다. 때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원인을 추적하고 철저한 방역과 사후 처리를 통해 환경에 미칠 악영향을 줄이는 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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