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남구 대명3동 주민센터엔 특별한 그 무엇이 있다. 더불어 사는 사람의 온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사랑의 쌀독'이 그것이다. 한때 다른 일부 주민센터서도 비슷한 목적의 쌀독을 운영한 적이 있었지만, 이후 후원이 중단되거나 관리·운영에 어려움이 있어 폐지되면서 현재 대구시내 134개 주민센터 중에 지금까지 '사랑의 쌀독'이 건재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곳 사랑의 쌀독은 순전히 주민들의 자발적 기부로 운영되고 있다. 사랑의 쌀독에 쌀을 채워 넣는 사람들은 인근 교회나 단체도 있고 동네 주민들이 십시일반으로 채워 넣기도 한다. 보통의 경우 주민들이 주민센터를 찾을 때마다 조금씩 들고와 채우지만, 어떤 사람들은 10kg 또는 20kg 한 포대를 넣는 사람도 있고 시골에서 직접 재배한 쌀을 채워 넣는 사람들도 있다. 이렇게 해서 모인 쌀은 연간 약 1천50kg 정도. 쌀을 퍼가는 수혜자는 매일 평균 5명 내외라고 한다. 홀몸노인이나 저소득층 가구, 혹은 일용직으로 잠시 일자리를 잃은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주민센터 주민생활담당 김봉수(47) 계장은 "예전에는 건물 바깥에 놔두고 운영했는데 꼭 쌀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쌀을 퍼가는 부작용도 있었다"며 "원래 취지대로 꼭 필요한 사람들이 퍼가도록 안에 들여다 놓았는데 주민센터 직원들은 쌀을 퍼가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또 행여나 그분들이 부담을 갖지 않도록 매우 조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래도 아주 가끔 쌀을 과도하게 퍼가는 사람들을 목격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협조를 구한다.
이곳 사랑의 쌀독이 점차 알려지면서 멀리 수성구와 달서구 주민들도 쌀을 보내거나 계좌를 통해 성금을 보내주고 있다는 것. 이렇게 마련된 성금으로 주민센터에서는 관내 저소득층 가구의 수술비, 장학금, 단전·단수 위기 가구 긴급지원 등에 유용하게 쓰고 있다.
주민센터 김봉기(54) 동장은 "우리 집에 쌀이 떨어져도 '사랑의 쌀독'에 쌀이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면 왠지 마음이 푸근해 진다"면서 "대명 3동이 주민들의 형편이 더 나아져서 다른 동에도 지원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는 소망을 피력하기도 했다.
쌀 기부 문의: 053)664-3847. 성금 기부: 새마을금고 계좌번호 2011-09-001543-3 예금주 대명3동 민간사회안전망
글·사진 조보근 시민기자 gyokf@hanmail.net
멘토: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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