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과점은 경제용어로, 가령 어떤 기업이 수요자에 대해 지배력이 매우 높아 자기 의도대로 상품 가격을 결정짓는 시장형태를 가리킨다.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는 게 자본주의 경제의 핵심인데, 독과점은 시장에서 출현했으나 거꾸로 시장 기능을 갉아먹는 아주 나쁜 현상이다. 그래서 어느 나라든 독과점을 막는 것으로 경제정책을 운용한다.
여기서는 경제가 아니라 정치의 독과점을 말하려고 한다. 대구경북은 오랫동안 이름을 달리 해온 한나라당의 이른바 '텃밭'이다. 그것이 금년 들어 특히 문제가 되는 까닭은, 한나라당이 이전보다 훨씬 더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마치 독점적인 기업처럼 난폭하게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자민련의 바람이 불 때나 반YS정서가 팽배할 때 여당은 시민들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였고 선거 때도 더 나은 인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요즘엔 시민의 목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을뿐더러 선거에서조차 인재 영입이나 공천을 두고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 듯하다.
물론 지역에 대한 당의 독점은 대구경북만 문제되는 게 아니다. 호남이나 일부 충청도도 지방 행정부와 지방의회가 당연히 가져야 할 대립, 긴장 관계를 유지하지 않고 야합을 일삼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같은 당에 소속되어 있는 데다 십수 년간 동일한 체제가 이어지다 보니 지방 행정부와 지방 의회는 긴장은커녕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계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러려면 지방 행정부나 의회 둘 중 하나는 불필요하겠다.
이번 6'2지방선거를 지켜보면 대구경북에서 갖는 한나라당의 독점이 얼마만큼 위험수위에 올라와 있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국회의원은 자신의 지역구가 마치 자기 집의 앞마당인 양 마음에 드는 후보를 고르고 심지어 다음 총선에 자신에게 도움을 줄 만한 이를 단체장으로 천거하는 괴이한 행동조차 서슴지 않고 해버린다. 특히 대구는 공천심사위원회가 구성될 때부터 이상했다. 유력한 시장 출마자로 거론되다가 지지 여론이 낮자 출마를 포기한 한 국회의원이 공심위 워원장을 맡은 건 누가 봐도 이상하다. 자신도 지지율이 바닥이면서 누구를 심사해서 그 자리에 낙점한다는 말인가. 공심위는 또 어떤가. 외부 심사위원을 형식적으로 영입했다는 것은 여러 공천 과정에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공천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한 곳은 출마자가 대부분 그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는데 그 사실을 뒤집어보면 국회의원에게 잘 보이면 공천이 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
지역을 독점한 한나라당의 모습은 한 구청장의 공천을 두고 시비가 벌어지는 과정에서 거의 처참할 지경으로 드러나버렸다. 정치자금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현 구청장을 대구 공심위에서 공천자로 내정하는가 하면 중앙의 최고위원회에서 배제하고 다시 대구 공심위가 거론을 하더니 이번엔 무공천 지역이라는 눈에 보이는 얄팍한 책략을 쓰다가 다시 중앙공심위가 다른 후보를 낙점하니까 다시 대구 공심위가 문제를 삼는다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의 갈등, 대구시당 사무처 출신, 국회의원과의 관계가 시민들의 입에 무성하게 오르내렸다. 출마자가 그 지역을 얼마나 끌어왔는지, 청사진은 어떤지 하는 따위는 다른 공천 내정자들과 마찬가지로 별로 의미를 갖지 못했던 듯하다.
독점 현상은 비단 한나라당에 직접 관련된 것만도 아니다. 정치가와 무관한 교육감 선거에서조차도 독점의 어두운 그림자는 어른거린다. 어떤 교육단체들이 진보 측의 당선을 저지한다는 명분 아래 '범보수 연합의 대표'로 모 후보를 추대한 것이다. 시민들의 70% 이상이 보수라는 대구에서 보수연합 운운하는 것은 거의 코미디라 할 만하다. 원래 연합체라는 것은 대치 국면에서 힘이 약한 쪽이 거대한 상대와 대결하려고 할 때 이용하는 정치적 전략이다.
시민들은 이번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점의 폐해를 많이 얘기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독점은 '시장'에서 출현했으나 정상적인 시장을 갉아먹는다. 지방정치가 한 당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은 시민에게 뿐 아니라 지방 정부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마치 여당만으로 이루어진 행정부와 입법부가 자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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