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필름통] 안방에 찾아오는 개봉 영화

한때 한국에서 음악 불법 다운로드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때 한국의 대응 전략은 원천봉쇄였다. 사이트를 폐쇄하고 문제를 일으킨 네티즌들을 고발하면서 CD 판매를 부활시키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그러나 이미 이런 방법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미국 애플사는 불법 다운로드 하는 것보다 합법적으로 돈을 주고 사는 것이 더 편하도록 환경을 만들었다. 곡 당 99센트에 PC로 다운로드 받아 MP3 플레이어 등에 옮겨 들을 수 있도록 했다. P2P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고 음반회사에서 지뢰처럼 뿌려놓은 '가짜 노래'들을 피해가면서, 또 불법을 저지른다는 죄책감까지 느끼면서 불법 다운로드를 하던 행태를 합법화시킨 것이다. 이렇게 해서 애플은 7년 만에 100억곡을 팔았다.

이제 한국에서도 500~600원만 주면 원하는 곡을 합법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매달 몇 천원만으로 좋아하는 노래를 실컷 들을 수 있는 상품도 나왔다.

이제 영화도 곧 그렇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최근 개봉 영화를 집에서 감상할 수 있는 기술적 규제를 일부 풀었다. FCC는 케이블이나 위성방송사들이 각 가정의 출력 상황을 원격 제어할 수 있는 '선택적 출력 제어'(SOC·Selectable Output Control)규제를 완화하기로 했다. SOC는 방송사가 영화를 공급할 때, 각 가정에서 녹화를 시도한다면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송출을 중단하거나 전송 품질을 떨어뜨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FCC는 그동안 SOC를 DVD나 블루레이로 출시된 영화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영화 출시 90일 이전에만 적용토록 했다. 이번 제한이 풀리면서 영화를 극장 개봉과 동시에 거실에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사들이 불법복제 걱정 없이, 신속하게 가정 시장에 유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이해관계가 상반된 극장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당연히 영화 티켓 판매가 감소되기 때문이다. 또 가전사들도 반대 입장이다. "가정의 기기를 방송사들이 제어하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무시하고 영화업계의 이익만 대변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영화 관람 환경이 몇 년 새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멀티플렉스로 전환되면서 과거 대극장의 맛도 사라지고, 디지털 개봉, 3D 등 기술적 환경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제 극장 앞에서 친구를 만나 나란히 영화 보던 것도 추억이 될 날이 곧 다가올 것 같다. 편하기는 한데 황량한 느낌 또한 어쩔 수 없다.

김중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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