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가 따라 불입액 조정, '똑똑한' 펀드가 뜬다

오락가락 '롤러코스터 증시' 눈길 끄는 펀드

세계 증시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모양이다. 각종 경제지표는 회복세가 완연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의 긴축 등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반등 후 하락이 거듭되고 있다.

주가는 한껏 빠졌지만 펀드 시장에는 오히려 훈풍이 불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빠져나가던 국내 주식형펀드에 다시 돈이 돌고 있는 것.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펀드 환매가 거의 마무리된데다 코스피지수가 1,600선을 오락가락하면서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이들이 적지 않은 덕분이다. 최근에는 거치식으로 돈을 맡겨도 주식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 펀드 불입액을 조정하는 스마트펀드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다시 돈 들어오는 펀드

최근 증시가 조정을 받으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로 돈이 몰리고 있다. 쌀 때 사자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때문이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7~13일까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는 6천516억원이 순유입됐다. 6거래일 연속이고, 연초 이후 최대 규모의 순유입이다. 이달 4일 469억원이 순유입된 데 이어 코스피지수가 37포인트 급락했던 7일에는 3천660억원이 순유입됐다. 3천억원대의 뭉칫돈이 들어온 것은 지난 200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 조정에 따른 자금 유입은 올 들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월 그리스 문제와 미국의 금융규제안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1,550대까지 밀릴 때도 1조2천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해외 주식형펀드의 자금 유출세도 한층 둔화됐다. 지난달에는 국내'외 주식형펀드에서 5조913억원이 순유출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13일 현재 5천455억원이 들어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달 초 4천억원이 넘는 환매세를 보인 이후 환매 규모는 급감하는 추세"라며 "인덱스 및 테마형 펀드로 자금 유입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변덕스러운 시장, 혼합형펀드 주목

시장이 붉으락푸르락 변하면서 시황에 맞춰 대응하는 새로운 형태의 펀드도 나오고 있다. 주가의 움직임에 따라 주식을 나눠서 사거나 주식 투자 비중을 조절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매월 일정 금액을 넣는 적립식펀드를 꺼리거나 주식 직접 투자를 힘들어하는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주식과 채권을 적절히 섞은 혼합형펀드는 주식 투자비중을 낮추고 채권 투자를 병행하면서 변동성장세에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낸다. 주가 상승 여력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주가가 내려갔을 때 우선 수익을 방어할 수 있으면서도 주가가 올랐을 때에는 적당하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내놓은 '전략분할매수 펀드'는 고객이 맡긴 돈을 4개월 동안 9차례에 나눠 주식을 산다. 순자산의 19% 내에서 분할매수하면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식이다. 목돈을 맡기는 거치식이지만 주식을 나눠 매수하기 때문에 적립식 투자의 효과도 누릴 수 있다. NH-CA자산운용의 '프리미엄 리스크 관리 펀드'는 주가의 변동에 따라 주식 편입 비중을 조정한다. 코스피200의 20일 이동평균선 변동성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아지면 자동적으로 주식 비중을 줄이고 변동성이 낮아지면 비중을 늘리는 방식이다.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스마트플랜'은 시장 상황에 따라 주식투자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목돈을 맡기면 대부분을 국공채 등 우량 채권에 투자하고 나머지를 코스피200 관련 상장지수펀드에 적립식으로 투자한다. ETF 비중은 매월 자산총액의 2.5%가 기본이지만 전달의 코스피200지수에 따라 0.5~10%까지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방식이다. 투자자의 연령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펀드도 있다. 노후자금 마련 등을 위한 라이프 사이클 펀드는 투자자의 나이가 젊을 때는 주식의 비중을 높여 공격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나이가 들수록 채권의 비중을 높여 가며 안정적 수익을 추구한다. 펀드매니저 대신 시장의 흐름에 맞춰 짜놓은 주식 운용프로그램에 따라 주식을 거래하는 퀀트펀드도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한 지 1년 이상된 퀀트펀드의 1년 수익률이 25.8%로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24.1%)보다 나았다.

그러나 시황에 따라 전략이 바뀌는 펀드는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거나 내릴 때는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주가가 크게 오를 때는 일반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에 못 따라가고, 지속적으로 주가가 내리면 물타기 때문에 수익률이 지지부진할 수 있다. 따라서 장기투자보다는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는 리스크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