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번 전국이 '붉은 함성'으로 가득할 월드컵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010 남아공월드컵이 6월 11일(한국시간) 개막한다. 앞으로 한달동안 TV를 통해 남아공월드컵을 지켜볼 시청자가 세계적으로 400억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단일 종목으로는 세계 최대 이벤트다. 시청자수 외에 최대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분야가 또 있다. 바로 '돈'이다.
◆돈으로 본 월드컵
남아공월드컵을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벌어들일 총수입은 36억달러(약 4조5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2006년 독일월드컵 때의 총수입 23억달러보다 50%가량 증가한 액수로, 사상 최다 매출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최대 수입원은 TV 중계권료다. FIFA는 남아공월드컵을 시청할 총인원을 400억명 이상으로 보고 있다. FIFA의 발표에 따르면 남아공월드컵의 TV 중계권료는 27억달러(약 3조4천억원)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TV 중계권료 20억달러보다 30%가량 늘었다. 독일월드컵 중계권료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보다 15.4%가 인상된 것. 중계권료는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 때 840억원, 1994년 미국월드컵 970억원, 1998년 프랑스월드컵에선 1천200억원 등 월드컵이 개최될때마다 고공 상승 행진을 벌였다.
공식 후원기업 선정을 통해서는 6억6천만달러(약 8천360억원)를 챙긴다. 아디다스·코카콜라·현대자동차·소니·에미레이트항공·맥도날드·비자카드 등 7개 기업과 2014년까지 계약을 맺었다.
입장권 수입은 2억5천만달러(약 3천160억원) 정도다. 개막전과 준결승전, 결승전 티켓은 다 팔렸다. 잉글랜드·브라질·이탈리아·아르헨티나·호주·아일랜드·네덜란드의 경기 입장권도 매진됐다. 극성팬이 많은 나라들이다. 우리나라 경기는 아르헨티나전 외엔 티켓이 많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가 임박할때까지 좌석이 남으면 덤핑 티켓도 가능하다는 것이 대회 관계자의 얘기다. 축구 골수팬이라면 조금 기다렸다가 남아공 현지까지 날아가보는 것도 괜찮을 듯. FIFA는 45만여명이 월드컵을 보기 위해 전세계에서 날아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수들도 돈방석
월드컵은 FIFA에게만 '부'를 선물하는 것이 아니다. 선수들에게 '꿈의 무대' 월드컵은 돈방석에 앉을 기회다. 조별리그를 통과하도 토너먼트에서 이길때마다 지갑은 두둑해진다. 사상 첫 원정 16강을 노리는 태극전사들은 어떨까?
대한축구협회는 최근 남아공월드컵 포상금 규모를 확정했다. 지난 독일월드컵까지만 해도 대회가 끝난 뒤 지급 규모를 결정했지만 이번에는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액수를 둘러싼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정한 것이다.
방식은 균등이 아닌 차등 지급이다. 선수들은 팀 기여도에 따라 4등급으로 나뉘어 조별리그 3경기를 치를 경우 각 7천만원·5천만원·3천만원·2천만원씩 포상금을 받는다. 전 국민의 염원인 16강에 오를 경우 1억원·9천만원·8천만원·7천만원이 추가된다. 8강에 오르면 역시 같은 금액이 더 붙는다. 4강 이상은 정하지 않았다.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만약 4강 이상 선전할 경우 추후 결정하겠다는 것이 대한축구협회 관계자의 얘기. 그들의 예상이 이번에 깨지기를 기원한다.
◆2002년 월드컵 효과는?
생산유발 2조3천억원, 고용창출 18만5천명, 부가가치유발 3조6천억원. 2002년 한일월드컵때 우리나라가 거둔 경제적 성적표다. 월드컵을 유치함으로써 우리나라 전 산업에 파급된 유발효과를 계량화한 것. 다시 말해 우리나라는 대구스타디움 등 전국 10개 월드컵경기장을 새로 건설하면서 2조원의 재정지출을 했고, 이를 통한 파급효과를 분석했더니 이만큼의 경제효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부의 재정지출에 따른 효과가 아닌 실제 수입과 지출을 얼마나 될까?
한국월드컵조직위원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월드컵조직위의 총수입은 4천890억원, 지출 3천150억원으로 1천740억원의 흑자를 냈다. 이후 이 돈은 축구인프라 구축 및 축구진흥·유소년축구(1천80억원), 장애인 체육진흥(150억원), 개최도시 지원(300억원), 대한체육회 경기력 향상 및 아마추어 스포츠 발전기금(80억원), 자료전시관 구성 및 운영관리비(80억원) 등으로 지출했다.
단순히 계산하면 2조원 쓰고 1천740억원 벌어들였으니 멍청한 장사인 셈이다. 이런데도 얼마전 2022년 월드컵 유치 신청서를 낸 대한축구협회의 행동은 어떻게 봐야 할까? 국위 선양, 국내 기업들의 월드컵마케팅, 국민 단합 등 계량화할 수 없는 무형의 효과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적자 월드컵 우려도
스포츠 경제학자들이 최근 펴낸 '사커노믹스'에서 내달 열리는 남아공월드컵이 개최국에 막대한 재정압박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아공월드컵의 경제적 파급효과에 대해 관광산업의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고, 무리한 인프라 건설 비용으로 인해 막대한 적자를 볼 것이라는 예상이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기간에 50만명 이상의 관광객을 기대하지만 지리적 특성상 비싼 항공료와 매일 뛰고 있는 숙박요금 때문에 관광객 수가 훨씬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남아공이 경기장 건설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예상보다 50%나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서 수억달러의 비용을 추가, 이미 비효율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8년전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에도 해외 언론들은 "한국과 일본이 값비싼 준비를 하고 있지만 대회 이후 남는 것은 축구스타디움 형태의 값비싼 골치덩어리들을 수집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스타디움을 보고 있자면 그들의 예상이 단순한 경고성 멘트가 아니다. 1년에 수억원의 고정비가 드는 대구스타디움은 열악한 대구시 입장에서는 이미 애물단지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2022년 월드컵 단독 유치에 뛰어든 것을 한번쯤 꼼꼼하게 따져봐야하지 않을까?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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