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메디컬 프런티어] 대구 마리아불임클리닉 이성구 원장

시험관아기 시술 성공률 절반 육박, 전국적 명성

불임 전문 의사인 대구 마리아불임클리닉 이성구(49) 원장. 전국적인 명성을 떨치는 그의 첫인상은 강했다. 뚝배기 같은 느낌이랄까. 섬세한 여성의 몸 중에도 가장 소중하고 예민한 부분을 다루는 의사와는 걸맞지 않은 인상이었다. 그를 '하루에 100명의 여자를 만나고, 한 달에 100명의 여자를 임신시키는 남자'라고 표현한다. 도대체 비결이 뭘까? 그는 환자를 대할 때 맺고 끊음이 분명했다. 아기를 갖고픈 소망과 이루지 못한 절망 사이에서 고통받았을 환자들에게는 무엇보다 믿음이 필요하다. 그는 확신을 준다. 아기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가 건네는 한 마디, 한 마디에는 카리스마가 넘쳤다.

◆불임 치료는 신의 소명

대구 마리아불임클리닉이 10년 이상 유명세를 떨치는 이유는 바로 산모들의 입소문 때문. 15년 전 처음 병원을 열었을 때만 해도 임신율은 30%. 사실 이 정도만 해도 놀라운 수치다. 지금은 40~45%에 이른다. 시험관아기 시술을 한 회 했을 때 임신율이 이 정도이고, 여러 차례 시술한 실적까지 합치면 임신율은 훨씬 높아진다.

이성구 원장도 7년 넘게 불임 때문에 고통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얻게 된 두 아들. 그 벅찬 감동과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불임을 전공으로 택했고, 지금까지 한 우물을 파는 이유다. 이 원장은 자신의 저서 '여자조차 모르는 여자 몸 설명서'의 머릿말에서 "평생 불임 부부의 고통을 보듬어야 한다는 것을 신의 소명으로까지 여기게 됐다. 다행히 신은 내게 그리 무디지 않은 재능을 선사하여 그 소명에 웬만큼 값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적고 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결과는 '웬만큼'을 넘어선다.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가장 힘들고, 여성들도 고통스러워하는 과정은 난자 채취. 난자 채취 횟수를 줄이는 동시에 임신율을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이 원장은 1회 난자 채취당 임신율을 따져보면 70% 이상이고, 2회 채취시 임신율은 90%까지 올라간다. "난자는 법적으로 5년까지 보관이 가능합니다. 채취해서 시술에 쓰고 뒤 남은 난자는 냉동보관했다가 다음 시술 때 사용할 수 있죠."

그는 시험관아기 시술 케이스와 성공률에서 최고의 기록을 갖고 있다. 시술 원리는 똑같지만 어떻게 하면 수정란이 자궁벽에 잘 착상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노하우를 그는 갖고 있다. "임신이 잘 되는 환경으로 자궁을 바꿔주는 것이죠. 착상이 잘 되려면 무엇보다 자궁 내부가 깨끗해야 합니다. 학회 때 사례발표를 하지만 모든 의사들이 듣고 따라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게 비결이겠죠."

◆건강한 임신과 출산이 더욱 중요

이제 그는 건강한 임신, 건강한 출산이 목표다. 시험관 시술에서 수정란을 자궁에 집어넣는 것을 배아이식이라고 한다. 임신율을 높이려고 수정란 3~5개를 넣는데, 그만큼 쌍둥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진다. 쌍둥이 혹은 세쌍둥이인 경우, 조산 위험이 크다. "7, 8개월 만에 출산하면 미숙아가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 신세를 질 가능성이 거의 100%입니다. 후유증 때문에 뇌성마비, 시력상실 등 장애를 지닐 가능성도 높아지죠. 심지어 세쌍둥이의 경우, 선택유산을 해야하는 상황까지 갈 수도 있습니다. 위험천만한 일이죠."

이 때문에 세계적으로 배아이식 숫자를 줄이는 추세다. 북유럽 국가들은 법적으로 수정란 한 개만 이식하도록 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이런 규제를 시작했지만 아직 권고안일 뿐이고, 이를 지키는 병원도 많지 않다. "임신율이 떨어질까봐 겁이 나서 그렇죠. 저는 2006년부터 배아이식 숫자를 줄였습니다. 지금은 평균 1.4개 입니다. 산모가 1973년 이전 출생이면 2개, 이후라면 1개를 넣습니다. 국내 다른 병원이 3~5개를 이식해도 임신율이 30%를 넘지 못하지만, 우리는 1, 2개를 이식해도 임신율이 50%에 육박합니다."

배아이식 숫자를 줄이기 시작한 이후 대구 마리아불임클리닉 성적을 보자. 2007년만 해도 평균 배아이식수는 3.6개. 당시 임신 성공율은 47.4%에 달했지만 쌍둥이 임신도 이 중 절반에 가까웠다. 2008년 평균 배아이식수를 2.1개로 줄였는데도 임신율은 거의 똑같았다. 다만 쌍둥이 임신은 10명 중 2명꼴로 줄었다. 배아이식 1개와 2개의 임신율 차이는 거의 없었고, 오히려 1개일 때 조금 높았다.

"시험관 시술에서 쌍둥이 임신율이 45~50%라면 북유럽에서는 부끄러운 이야기입니다. 건강한 출산은 아랑곳않고 그저 임신율 높이기에 급급했다는 뜻이죠. 만약 우리 병원에서 배아이식 3~5개를 고집했다면 임신율이 60%를 넘었을 겁니다."

◆수정란 착상부터 하나의 인간

남편의 경우, 가끔 폐쇄성 무정자증인 경우가 있다. 정자는 만들어지지만 배출통로가 막힌 것. 주사기를 이용해 고환에서 정자를 직접 채취해야 한다. 이를 처음 시술한 것도 이 원장이다. 시술법을 소개한 논문을 펼쳐놓고 자기 고환을 보며 수없이 모의 시술을 했다. 나중에 무 조각으로 모형을 만들어 시술연습도 했다. "산부인과 의사가 정자를 빼내는 시술을 하기는 처음이었을 겁니다. 처음에는 무모하다는 말도 들었지만 잇따라 성공한 뒤에는 서울에서까지 배우러 오더군요." 임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인들 마다할까.

'임신의 달인'이 됐지만 여전히 아쉬움도 많다. 무엇보다 산모 나이의 장벽은 극복하기 어렵다. 갈수록 늦게 결혼하는 추세가 되면서 30대 중반을 넘어 초산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그만큼 임신이 쉽지 않다. 15번 시험관 시술을 받고 극적으로 임신한 경우도 있지만, 40대 중반의 한 여성은 19차례 시험관 시술 후에도 아직 아기를 갖지 못했다. 그럴 때면 그는 한계를 느낀다.

그는 수정란이 착상되는 그 순간부터 하나의 인간이 된 것이라고 믿는다. "세쌍둥이를 임신했을 때, 산모와 아기를 위해서 선택유산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세 아기 중 한 명의 생명을 선택적으로 빼앗는 것이죠. 가장 하기 싫었던 게 바로 그 선택유산입니다." 그가 배아이식 숫자를 줄이는데 앞장서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불임의 고통을 알기에 인위적인 유산도 그는 반대한다.

"정상적인 부부는 한 달 내 임신 확률이 약 25%, 일 년이면 80~90%입니다. 이 때문에 일 년이 지나도 임신이 안 된다면 불임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늦을수록 난자의 질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특히 30대 중반이 넘었다면 주저말고 불임클리닉을 찾으십시요."

글·사진=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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