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여성들이 접근하기가 예전엔 쉽지 않았었다. 그러나 지금은 여성 정치인들의 진출이 활발해진데다 국회사무처에서도 여성 돌풍이 거세다. 지난해 국회사무처에서 최초의 여성 수석전문위원이 나온데 이어 올 초엔 최초의 여성 인사과장이 탄생했다.
국회 여성 돌풍의 한가운데에 정순임(39) 운영위원회 입법조사관과 최선영(36) 국제국 의회외교정책과장, 심정희(38) 지식경제위원회 입법조사관이 있다. 입법고시 여성 합격자가 배출된 것은 불과 15년 전인 1995년. 입법고시 13회를 통해 2명의 여성사무관이 국회사무처에 발을 들여놓은 것을 시작으로 매년 국회에 진출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수년 내에'국회사무처의 꽃'으로 불리는 전문위원(2급) 자리도 여성들이 차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순임 조사관은 이들 중 '맏언니'다. 입법고시 14회인 정 조사관은 국회 복지위와 행정안전위를 거쳐 운영위에서 일하는 베테랑이다. 그는 "(국회사무처의) 일이 군더더기가 없는데다 상임위를 두루 거치면서 다양한 부처 업무를 섭렵하기 때문에 부처보다 업무를 더 포괄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행정과 정치의 중간지대에서 법과 정책에 대해 객관적인 눈을 가질 수 있는 점도 장점이라고 했다.
그의 꿈은 수석전문위원이다.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된 법안과 정책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의 중심에 수석전문위원이 서 있다. 수석전문위원은 지나치게 실무적이어서도, 너무 정치적이어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경북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정 조사관은 시댁이 포항이다.
최선영 과장은 국회사무처가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 자랑한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역동적인 국회가 제 기능을 하도록 하려면 사무처 직원들의 세심하고 꼼꼼한 뒷바라지가 필수다. 또 국회사무처는 정치적으로는 늘 중립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여성이 더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최 과장은 "의회민주주의가 확립된 선진국에서는 국회사무처를 스태프로 보며 중시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인식이 안돼 있다"고 했다.
그는 국제국에서 일하면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총리와 시진핑(習近平) 중국 부주석, 메르켈 독일총리 등 세계적인 거물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의전을 담당하면서 그분들을 실제 만나보니 보통사람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큰 사람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그는 여야가 서로 타협 없이 정쟁을 일삼는 바람에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인 시선이 국회사무처로도 이어지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국회에서 일한다고 하면 이상하게 보기도 합니다. 국회에서 일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어요." 입법고시 15회인 최 과장은 예천이 고향으로 대구 남산여고와 고려대를 졸업했다.
심정희 조사관은 사법고시 출신이다.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변호사가 경험하기 힘든 분야. 그래서 그는 다른 변호사 동료보다 훨씬 더 입체적인 경험을 쌓고 있다. 법제사법위와 의안과를 거쳐 지식경제위에서 일하는 심 조사관은 법사위에서 근무할 때 보호감호제를 철폐하는 법안을 만들었던 경험을 잊지 못한다. 8년째 국회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국회에서 일을 잘하려면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여성이 다소 불리하다"며 "그러나 이것 저것 세세하게 살펴야할 일이 많아 여성에게 좋은 직장"이라고 했다.
'국회가 법안을 쌓아놓고 처리하지 않는다'는 언론의 반복되는 비판에 대해 그는 "법안심사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빚어지는 오해"라며 "정부 의견을 듣고 법리를 따져야 하며, 여야의 이해(利害)가 다른 경우도 많아 발의된 법안이라고 모두 통과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영주가 고향으로 고려대를 졸업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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