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과학인재 육성이 곧 국가경쟁력이다

지역대학 고급인력 역외유출 경쟁력 악화'발전 동력 상실

필자는 여러 가지 업무로 광화문의 정부청사를 방문하는 일이 많은데 그 앞에 600년의 유구한 역사를 유유히 지키고 있는 경복궁을 보면 자연스레 우리 선조의 건축술과 과학기술에 대해 경외감을 가지게 된다. 또한 해시계, 측우기 등 각종 발명품을 보노라면 우리 선조의 과학기술에 대한 혜안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에 가장 찬란하게 과학의 꽃을 피울 수 있었던 것은 과학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장영실(將英實)과 같은 인재를 발탁하여 적재적소에 임명하여 활용했던 세종대왕의 혜안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짐작한다.

장영실은 어릴 적부터 두뇌가 명석하고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전해지며 출신이 비록 관노였지만 그의 탁월한 재능으로 인해 주위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한다. 세종은 일찍부터 나라의 부국강병을 과학기술의 진흥에서 찾았는데 이때부터 과학기술 인재의 필요성을 느껴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한편으로는 유능한 인재를 전국에서 추천받아 관리로 등용하였다. 이 당시에 조정 대신들은 엄격한 신분제를 이유로 관노인 장영실의 관직 등용에 반대하였지만 결국 세종은 이들을 설득하여 그를 채용하였다. 서양보다 200년이나 앞선 세계 최초의 측우기, 천문 관측기구인 간의(簡儀), 혼천의(渾天儀), 자동물시계인 자격루(自擊漏), 해시계인 앙부일구와 휴대용 해시계인 현주일구 등의 뛰어난 업적을 남긴 장영실의 발탁은 당대의 산업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왔고 조선의 국력을 강화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과감하게 인재를 발탁한 세종대왕과 발명의 열정을 가진 장영실, 이 두 인물이야말로 우리 역사에 기록될 만한 가장 찬란했던 과학기술 문화를 꽃피운 주인공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달 10일 삼성은 친환경'건강 분야에 23조 원을 투자하기로 한 데 이어 지난주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에 연간 사상 최대 규모인 올해 26조 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총 50조 원대의 천문학적 투자 계획을 내놓았다. 시설 투자도 투자지만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것은 연구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관련 기술자를 확보해 나가겠다는 대목이다.

지난 2002년 어느 대기업 회장의 '인재 한 사람이 십만 명을 먹여 살리는 시대가 온다'로 대표되는 인재 경영은 현재와 같이 어려운 글로벌 경쟁사회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인재 중에서도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과학 인재 육성은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다. 첨단 기술은 하루아침에 개발되지 않는다. 이는 축구를 예를 들어봐도 마찬가지다. 경우에 따라서 한두 번의 승리는 가능하겠지만 진정으로 축구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어릴 적부터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 우리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우수한 인재들이 자연과학과 공과계열의 대학에 진학하여 우리 산업 발전의 초석을 마련하였기 때문이다. 미국의 예를 보면 자국 인재의 수월성 교육은 물론, 다양한 국가로부터 해외우수인력을 유학 및 이민의 형태로 받아들여 적극 활용하고 있다. 우리도 자국 인재에 대한 체계적인 육성과 함께 글로벌 인재들이 국내에 정주하여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우리 영남권은 해외는커녕 지역 대학에서 배출되는 많은 고급 인력들조차도 서울과 대전,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있다. 이것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도시 발전의 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는 교육관련 주체들의 체계적인 과학인재 양성과 관리의 필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대학에서는 수도권과 비교하여 뒤떨어지지 않는 최첨단 시설과 유능한 교수를 확보하여 교육 경쟁력을 키워야 하며 지자체는 우수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 및 유학 지원 등의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에서는 이러한 우수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보수체계와 조직 문화의 변화를 통하여 이들이 기업에서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젊은 과학도들이 국가 및 기업에 대한 사명감과 봉사에 대한 철학을 가질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이제 다시 한 번 장영실의 열정과 세종의 지혜를 발휘할 시기이다. 글로벌 경쟁 속에서 지속가능한 경영과 세계 시장 선점을 위해 21세기 과학 인재 육성에 아낌없고 끊임없는 투자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선(대구경북 과학기술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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