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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의 시와 함께] 흰 발/박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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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단한 몸을 끌고 당신을 건넜습니다 당신은 황폐토록 방치된 곤고한 골고다 언덕, 초근목피 또는 난방용 장작처럼 당신의 헐벗은 잔가지 내 발등 찔렀지만, 나는 당신을 건너갔습니다, 아아, 매정한 사랑, 나는 모질게도 당신을 건너고, 곤고한 골고다도 지나, 죽고 싶도록 고단한 몸을 이끌고 당신을 건넜습니다,

드디어 왔는가, 당신을 건너자 내 등에 대고 비로소 당신 말했지요, 당신을 건넌 내 몸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대고, 무정한 사람, 당신이 말입니다, 아아, 보이지도 않는, 무심히 내 귓등 지나는 소리에, 나는, 진흙투성이 내 발이 부끄러워, 물가로 갔습니다, 지푸라기, 흙먼지, 모래알이 묻은 내 발이 부끄러워 물가로 갔습니다, 그러자,

물 아래, 잔물결 치는 그 물 아래, 뽀얗고, 하얗게, 내 발 씻겨졌습니다, 아아, 옛날, 아주 먼 옛날, 당신 발등에 제가 향유를 부었을 때처럼, 드디어, 부정한 내 발, 뽀얗고, 하얗게, 맑아졌습니다,

'당신'을 숲이거나 강이라는 자연물로 봐도 좋지만, 삶 그 자체라고 봐도 좋겠다. 삶이라는 과정 말이다. "고단한 몸을 끌고" 늙음을 지나 죽음으로 건너가는 게 삶 아닌가. "황폐토록 방치된 곤고한 골고다 언덕" 같거나, "초근목피 또는 난방용 장작처럼/ 헐벗은 잔가지"에 발등이 찔리며 가야 하는 게 삶이다. 우리가 고단한 몸을 이끌고, 죽음이라는 강을 건너 이윽고 피안(彼岸)에 가 닿는다면, 아마도 "드디어 왔는가."라는 하느님의 음성을 듣게 될 터이다. 그 말씀은 보이지도 않으며, 무정한 듯, 무심한 듯, 지나는 소리 같은 것이지만, "내 몸이 빠져나간 그 자리"에 전해진 음성, 즉 자신의 내면에서 울려나오는 소리 같은 것이어서, 우리는 "지푸라기, 흙먼지, 모래알이 묻은" 저의 발이, 진흙투성이 상처가, 부끄러워 물가로 가게 된다. 그 오래 전 "당신 발등에 향유를 부었을 때처럼", '발 씻김'의 정화(淨化)를 통해 우리의 영혼은 다시 "뽀얗고, 하얗게," 맑아질 게다. 이러한 전 도정(道程)에는 마침표가 없다. 다만, 쉼표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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