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00자 읽기]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이강엽 글/랜덤하우스 펴냄)

옛날 어느 훌륭한 정승이 임종을 맞자, 임금은 애석한 나머지 소원을 말해보라 했다. 정승은 자신의 아들 중 첫째는 평양 감사, 둘째는 의주 부윤, 막내는 작은 고을 군수로 써 달라 했고 임금은 그 청을 들어줬다. 촌 군수로 첫 부임한 막내에게 한 촌부가 소 판 돈을 묻었는데 없어졌다고 읍소했고, 며칠 끙끙 궁리 끝에 그 촌부의 부인이 일을 꾸민 것을 밝혀냈다. 의기양양해진 막내는 형들을 시험해 보고 싶은 마음에, 둘째 형을 찾아가 넌지시 이런 문제를 제시했다. 둘째는 한 이틀을 고민하더니 그 촌부의 부인을 문초하라 했고, 막내는 짐짓 형의 지혜에 놀랐다. 이번에는 맏형을 찾아가 같은 문제를 얘기했더니 담배 두 모금을 빨고는 같은 답을 하는 게 아닌가. 막내는 형들의 그런 능력뿐 아니라 아버지의 안목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강엽 대구교육대교수(국어교육과)는 새 책 '강물을 건너려거든 물결과 같이 흘러라'에서 이 옛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자식 키우기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부모로서 자식의 타고난 그릇을 알고 그 그릇에 넘치지 않도록 키우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처럼 새 책에 53가지 옛 이야기를 소개하면서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나무꾼의 눈물, 토별가, 장화홍련전 등 잘 알려진 얘기 속에서 새롭게 발견한 가치를 풀어놓고 있다. 300쪽, 1만2천원.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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