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칼럼] 금융개혁, 우리의 전략은?

최근 세계 금융계의 동향을 보면 한편으로는 일부 유럽국가들의 재정위기로 시끄럽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개혁안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미국 의회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청 신설과 파생상품거래 규제를 골자로 하는 금융개혁안을 놓고 격론이 벌어지고 있고, 바젤위원회와 IMF도 바젤Ⅲ와 은행세 도입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0월 브라질이 단기투자자금에 세금을 부과하는 일명 '토빈세'를 도입하면서 국제 투기자금의 규제에 대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아마도 올해 11월 서울에서 개최될 G20회의에서는 금융개혁의 방향이 최대 의제가 될 것이다.

지금 논의되는 내용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개별 은행의 과도한 규모 확대를 막고자 시장점유율 10%가 넘은 금융회사의 인수합병(M&A)을 막고, 금융시장에 조달한 자금으로 규모를 키우는 은행에 대해 은행세를 통해 벌칙(Penalty)을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또한, 은행 겸업을 금지하는 '글레스-스티걸법'의 폐지로 사라졌던 인베스트먼트 뱅킹(Investment Banking·투자금융)과 은행업 사이의 장벽을 다시 만든다든가, 단기 투기자본의 이동을 제한하려는 방안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진지하게 검토되고 있다. 대부분 금융시장의 효율성을 다소 희생하더라도 금융회사의 과도한 위험 선호를 막아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줄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면에 또 다른 국가 간 경쟁이 숨어 있다. 나라마다 금융산업의 발전 정도와 환경이 다르므로, 구체적인 규제안 도입에 따라 나라별로 금융산업 발전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주요국들은 각 규제안이 자국에 미치는 유·불리를 계산하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캐나다는 은행세 도입에 반대 뜻을 표명하고 있으며, 영국과 프랑스는 파생상품 규제에 대한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 앞에서는 규제 공조를 외치면서도, 뒤로는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리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도 규제 개혁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 자칫하다가는 세계적인 규제 공조라는 대의에 밀려 맞지도 않는 금융규제를 도입하게 되면 모처럼 맞은 금융산업의 발전 기회를 놓쳐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략 중 가장 중요한 점은 단기 투기자본의 유입에 대한 규제안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대외의존도가 높지만, 외환시장의 규모는 작아 환율의 쏠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는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기가 좋을 때 원화가치 상승을 노린 투기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되었다가 다시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 전체를 출렁이게 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동안 내심 단기 투기자본의 유입을 규제하고 싶지만, 투기자본 규제가 금융시장 통제나 반(反)시장주의적 제도로 인식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경향은 단기 투기자본의 이동에 대해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으므로 이를 활용하여 무분별한 투기적인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국제적인 동의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반면, 금융회사의 규모를 제한하는 규제나 금융업 영역 간 겸업을 제한하는 규제들에 대해서는 더 탄력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국내에서 가장 큰 은행인 국민은행이 자산규모 기준 세계 100대 은행 중 73위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형화에 대한 규제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만 가중시킬 것이다. 또한, 금융업 영역 간 겸업제한과 관련해서도 미국에서 문제가 되는 자기 계정 매매를 통한 위험자산 투자나 헤지펀드 설립 활동 등의 문제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겸업 제한은 오히려 금융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만 낳게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개혁의 방향을 결정하게 될 이번 G20회의에서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여러 나라의 이해관계를 조율하게 된다. 미국, EU, 영국 등이 각자의 명분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일 때, 우리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지위이다. 격동기는 후발주자에게 기회를 주기 마련이다. 우리 경제에서 약한 부분이었던 금융산업이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김광수 나이스그룹 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