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최윤영(29·여)씨는 지난 주말 안동에 있는 고향친구들을 만나 다음주 여행 계획을 잡았다. 결혼을 앞둔 친구를 위해 단체로 제주도 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마음이 찜찜했다. 여행 일정이 선거일과 겹치기 때문이다. 최씨는 "투표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이번 선거만큼은 꼭 하고 싶었는데 조금은 아쉽다"면서도 "친구들과 1박 2일 동안 여행갈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고 말했다.
일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선거일이 '주권 행사'의 날이 아니라'노는 날'로 인식되면서 투표율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일부 유권자들은 선거는 뒷전이고 여행 보따리를 싸기에 바쁘다.
특히 6·2지방선거일 전후로 화창한 초여름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여행업계도 선거에 무관심한 젊은 층을 겨냥해 발빠르게 여행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대학생 김일섭(20)씨는 난생 처음 선거권을 가졌지만 선거 당일 친구들과 전라남도 보길도로 수련회를 다녀올 작정이다. 김씨는 "중간고사를 마친 기념"이라며 "솔직히 친구들 중에 (선거에) 관심 있는 친구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아예 31일과 다음달 1일 월차를 내고 해외로 떠나는 직장인들도 상당수다. 경산 진량공단에서 일하고 있는 박모(31)씨는 "친구 두 명과 함께 3박 5일간 사이판으로 여행을 다녀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항공사·여행사 등 여행업계에 따르면 선거 당일 출발하는 여행상품과 항공권에 대한 예약률이 평소보다 10% 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항공 경우 6월 1일과 2일 대구~제주도행 좌석 예약률이 90%를 넘었고, 태국 방콕·홍콩 등 동남아 노선 예약률도 8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대한항공 대구지사 관계자는 "대구~제주간 하루 4편 운항되는 188석 항공기 좌석 예약률이 평소보다 높다"고 말했다.
여행업계는 선거일에 쉬는 시민들을 겨냥한 맞춤 상품도 내놓았다. 하나투어는 1일 출발해 선거일인 2일 돌아오는 '1박2일 제주 올레길 트레킹 투어'를 출시했고 모두투어의 뱃길 여행도 인기다.
선거 당일 화창한 날씨도 유권자의 나들이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 대구 기상대에 따르면 다음달 2일 대구경북은 구름이 조금 낀 가운데 낮 최고 기온이 27℃를 웃도는 초여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 투표율 목표는 50%"라며 "주로 선거에 무관심한 젊은 층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를 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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