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난세에 인물이 난다고 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외려 난세엔 영웅'재사들이 모습을 감춘다. 중상(中傷)과 모함(謀陷)을 당해 험한 꼴 당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중국 역사에서 중상모략 부문에서 첫손 꼽히는 인물이 당나라 때의 혹리(酷吏) 내준신(來俊臣)이다. 내준신은 친구의 부인을 노름빚으로 뺏은 노름꾼의 자식으로 태어났다. 강도강간범으로 옥에 갇혔던 그가 감옥에서 열중한 일은 동료 죄수에 대한 밀고였다. 근거 없는 밀고여서 옥리가 조사를 해도 아무런 수확이 없었다. 그래도 그의 밀고는 계속됐고 이에 화가 난 관리는 장 100대의 처벌을 내렸다.
한동안 조용히 지내던 내준신에게 다시 자신의 '특기'를 살릴 기회가 찾아왔다. 그를 처벌했던 관리가 조정에서 잘못을 저질러 주살되자, 그 관리를 고발해 처벌받았다는 밀고서를 중국 역사에서 유일무이한 여황제인 측천무후(則天武后)에게 올렸고, 강도강간범에서 무후의 총애를 받는 관리로 발탁됐다.
이후 내준신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짧은 기간에 1천여 집안이 그의 중상모략으로 가산을 몰수당했다. 사소한 사건을 빌미로 수천 명을 죽이니 조정의 문무대신들은 언제 어느 곳에서 멸문을 당할지 몰라 불안에 떨어야 했다. 그래서 관리들은 조회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설 때 "다시 만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가족들에게 말할 정도였다고 한다.
내준신은 단순한 혹리가 아니었다. 나직경(羅織經)이라는 '중상모략의 교과서'까지 집필했다. 나직경은 무고한 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기술을 담은 전문서로 내준신의 적나라한 범죄 고백서이기도 하다. 무자비했던 무후조차 이 책을 본 뒤 "이 정도의 심기라면 짐의 잘못만이라고 할 수 없겠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6'2지방선거에서도 '내준신 후예'들이 맹활약 중이다. 흑색선전과 비방에 따른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사에서 무고로 억울함을 겪는 경우가 다반사이긴 하지만 '사돈의 팔촌' 잘못까지 들춰내는 선거에선 중상모략을 당하면 그 피해를 회복할 시간이 없다. 험구(險口)를 봉합하는 보다 강력한 법이 나와야 하겠다. '내준신 후예'들을 가려내는 혜안(慧眼)까지 유권자들이 가져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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