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미정의 별의 별이야기] 인조 비주얼 록밴드 씨엔블루

다양한 음악으로 끊임없는 즐거움 선사

데뷔한 지 고작 6개월. 하지만 가요팬 치고 이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룹 '씨엔블루'(CNBLEU)가 그들이다.

데뷔곡 '외톨이야'가 대히트를 치면서 가요계에 화려하게 등장한 4인조 비주얼 록밴드 씨엔블루. 하지만 이들은 히트의 즐거움을 누릴 새도 없이 연이어 악재에 휘말리며 곤욕을 치렀다. 데뷔곡은 언더그라운드 록밴드 와이낫의 노래 '파랑새'와 표절 시비가 붙었고, 이어 씨엔블루의 매니저가 팬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공개돼 비난을 받았다.

데뷔 후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을 씨엔블루. 하지만 멤버들은 신보 '블루러브'(BLUE LOVE)의 밝은 분위기만큼이나 환한 얼굴로 기자를 만났다. 젊음과 패기로 뭉친 이들에게 초반의 악재는 오히려 약이 된 듯했다.

"정말 그때는 다음날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오기가 생겼어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 원동력이 됐습니다."(정용화)

"일주일에 하나씩 일이 터졌어요. 덕분에 정말 바쁘게 지냈죠.(웃음) 당시엔 힘들었는데 지금은 괜찮아요."(이종현)

음반을 더 잘 만들어야겠다는 이들의 오기는 신보 '블루러브'에 고스란히 담겼다. 신보에는 모던록을 기반으로 다양하게 변주된 신곡 6곡이 실렸다. 타이틀곡 '러브'(LOVE)는 어쿠스틱 기타 사운드와 일렉트로닉 기타 사운드가 조화돼 시원한 느낌을 주는 모던록 음악이다.

어쿠스틱하게 시작된 노래는 2절로 들어가며 강한 비트의 메탈로 변신한다. 또 정용화의 랩이 가미돼 하이브리드 록의 향기도 난다.

"'러브'는 한번 들으면 입에 계속 맴도는 멜로디의 노래죠. 그러면서도 메탈이 나오고 랩도 등장합니다. 신선한 느낌의 록음악입니다. 록밴드가 이런 음악도 할 수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정용화)

"수록곡을 들으면서 '이 노래가 딱 타이틀곡이다'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밝고 건강한 느낌의 사랑노래입니다."(이종현)

음반에는 이 밖에도 정용화의 자작곡 '사랑빛'과 '타투'(Tattoo)가 실렸다. 드러머 강민혁은 '스위트 홀리데이'(Sweet Holiday)의 가사를 썼다. 뮤지션으로 성장하려는 씨엔블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타투는 문신이라는 뜻이잖아요. 문신은 지우려고 해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흔적이고요. 잊으려고 해도 잊혀지지 않는 사랑의 기억을 생각하며 노래를 만들었어요. 아직 어린 나이지만 그동안 있었던 나름의 경험담이죠. 그게 정말 사랑이었는지 지금은 모르겠지만요. 점점 우리가 작곡한 노래로 음반이 채워진다는 게 의미 있는 일입니다. 밴드니까 당연히 우리가 곡을 써야죠."(정용화)

수록곡 '렛츠 고 크레이지'(Let's Go Crazy)는 일본에 먼저 발표했던 노래다. 이들은 한국에서 데뷔하기 전 일본에서 두 장의 앨범을 먼저 냈다. 당시 앨범 수록곡이 영어 버전으로 재탄생해 신보에 실린 것이다.

일본에서 음악을 배우고 데뷔 전초전을 치렀기 때문일까. 이들의 음악에는 일본 음악의 색깔이 묻어난다. 록의 다양한 변주는 다분히 일본 스타일이다. 씨엔블루 멤버들은 국민감정이나 역사적 시비를 떠나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일본 음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일본 음악은 계속 공부할 예정입니다. 지금도 틈 나는 대로 일본에 가서 공연도 하고 다른 뮤지션의 공연을 보기도 해요. 23일 오사카, 26일 도쿄에서 콘서트도 열 예정이고요."(강민혁)

"일본 음악계에는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고 있어 인상 깊었습니다. 밴드의 형태도 굉장히 다양하고요. 다양함에 대한 신념에 따라 무한 상상력을 펼치는 모습 자체가 배울 만했죠."(정용화)

"다양한 음악을 들은 것 자체가 활동에 큰 도움이 됐어요. 연주하는 자세나 관객과의 호흡 방법도 배웠고요. 다양한 음악 장르가 공존하는데 그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어요. 그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이정신)

씨엔블루는 부산 출신 정용화와 이종현, 일산 출신 강민혁과 이정신이 만나 결성된 밴드다. 하지만 여느 홍대 밴드처럼 자신들끼리 의기투합해 활동을 시작한 밴드는 아니다. 각자의 지향점을 갖고 가수와 연예인의 꿈을 꾸다 현 소속사를 만나 밴드로 재탄생했다. 일본에서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 생활 역시 소속사의 트레이닝 과정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보통의 밴드 탄생 과정과는 조금 다른 길을 통해 밴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명곡은 정신적으로 힘들 때 탄생한다는 밴드 뮤지션들의 오랜 믿음도 이들에게는 걸맞지 않다. 소속사를 통해 트레이닝된 밝고 건강한 느낌의 미소년 밴드. 그게 씨엔블루다.

"곡은 힘들어야 나온다는 말은 시대와 곡의 스타일에 따라 맞지 않을 때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건강하고 밝은 느낌의 밴드니까 꼭 그 공식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정용화)

'기획된 밴드'라는 수식어를 뛰어넘기 위해 이들은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음악이다. 대중성과 음악성을 함께 가진 밴드가 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저는 제이팝, 강민혁은 펑키, 정용화는 힙합-일렉트로니카, 이정신은 록 음악을 좋아합니다. 이런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이 우리의 색깔을 만들어주죠."(이종현)

다양한 색깔의 네 멤버. 이들은 씨엔블루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다. 한 가지 모습으로 규정되지 않는 다양한 음악으로 팬들에게 끊임없는 즐거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공부를 하는 기간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음악성을 더 키우고 더 많은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뵙고 싶어요. 점점 발전해 나가는 씨엔블루, 기대해 주세요."(씨엔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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