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인 1986년 6월 한국 축구대표팀의 수비수로 멕시코 월드컵에 출전해 디에고 마라도나 감독이 선수로 뛴 아르헨티나와 맞대결을 벌인 적이 있다. 현재 한국 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은 미드필더로 필자와 함께 경기에 출전했다.
멕시코시티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 경기에서 우리는 마라도나를 막아야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허 감독을 전담마크맨으로 붙였다. 허 감독이 거칠고 끈질긴 수비로 마라도나를 막았지만 발다노와 루게리에게 연속골을 내주며 결국 1대3으로 패배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한국은 17일 다시 아르헨티나와 일전을 벌인다. 멕시코에서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했던 올림피코 스타디움은 해발 2,420m 고지대였다. 이번에 다시 아르헨티나를 만날 사커시티 스타디움도 해발 1,753m에 위치한 고지대다. 어쩌면 이렇게 절묘한 우연의 일치가 있나 싶다.
마라도나가 감독을 맡은 아르헨티나는 24년 전 그때처럼 선수 개개인의 테크닉에서는 세계 최정상권이다. 특히 리오넬 메시는 '마라도나의 재림'으로 불릴 정도로 개인기량이 뛰어나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은 전혀 기죽을 필요가 없다. 우리가 평가전에서 맞붙었던 스페인과 아르헨티나는 비슷한 수준이다. 그리스전에서 보여줬던 안정된 수비력만 보여준다면 24년 전처럼 허무하게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당연히 '선 수비 후 역습' 전략을 펼 것이다. 그러면 수비 때 우리 진영에 18명 정도가 들어와 있게 된다. 공격수나 수비수나 서로 움직일 공간이 별로 생기지 않는다.
물론 우리 선수들이 볼을 중심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그물망 수비 체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메시에 대해선 일반적인 패스 상황일 땐 상관없지만 볼을 주고 움직일 때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철두철미한 수비가 필요하다.
그리스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공격할 때 드리블을 많이 치고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드리블을 하다 뺏기면 곧바로 위기다. 특히 그리스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아르헨티나를 상대하는 만큼 좀 더 안정적인 패스 위주 경기가 필요하다. 공격에서는 박주영과 염기훈 등 발 빠른 공격수들의 역습에 기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아르헨티나 같은 남미 팀은 경기를 할수록 경기력이 좋아진다. 대표팀 소집 기간이 짧아 처음에는 손발이 잘 안 맞지만 경기를 해가면서 조직이 다져진다. 아르헨티나가 첫 경기보다 나은 경기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보다 꼼꼼하게 수비 전술을 다져야 한다.
정용환 부산외대 스포츠산업연구소 상임연구원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