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을 이겨내는 보양식은 다양하지만 가장 서민적인 음식은 삼계탕, 닭죽 등 닭으로 만든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어린 닭의 배를 가르고 인삼과 대추, 찹쌀, 마늘 등을 넣어 끓인 삼계탕은 전 국민이 여름이면 반드시 한 그릇쯤 먹어야 하는 음식이 됐다. 기름에 튀겨낸 통닭은 시원한 맥주와 함께 푹푹 찌는 여름밤을 잊을 수 있는 국민 간식으로 꼽힌다.
하지만 집에서 겨우 두세 마리 기르며 달걀을 받다가 귀한 손님이 오면 잡아 내놓던 과거에는 닭도 그리 여유 있게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이 아니었다. 야생에서 뛰놀던 들닭이 인간에게 사육된 것은 5천 년도 안 돼 1만 년 넘은 개, 8천 년 넘은 소 등에 비하면 역사가 짧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조 설화나 문헌 자료 등으로 볼 때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육된 것으로 추정된다.
닭을 대규모로 사육한 것은 20세기 이후의 일로 조선시대만 해도 서민들의 보양식은 삼계탕이 아니라 개장국이었다. 성장이 빠른 육계를 양계장에서 대규모로 사육하기 시작해 닭이 흔해지고 요리 방법이 다양하게 개발된 건 1960년대 후반이다. 튀김통닭의 시대가 열린 건 식용유가 전국에 보급된 1970년대 들어서였다.
이후 닭 소비량은 급속도로 늘어 1970년에 1.4㎏이던 국민 1인당 닭 소비량은 현재 열 배 가까운 13㎏ 안팎이다. 더위가 시작된데다 월드컵 특수를 맞은 이달에는 더욱 늘었다. 통닭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하루 튀기는 닭은 평균 50만 마리 정도인데 그리스와의 월드컵 1차전이 열린 12일에는 70만 마리 가까이가 팔린 것으로 추정된다.
저지방, 저칼로리, 고단백질에 무기질이 풍부한 닭은 화이트 미트(white meat)로 불린다. 돼지고기 1㎏을 얻기 위해 3.2㎏의 사료가 필요한 데 비해 닭고기 1㎏을 얻는 데는 절반 정도인 1.8㎏의 사료면 충분해 사육 효율이 높은 동물로도 인정받고 있다.
닭은 붉은 볏의 당당한 생김새와 이름이 관직과 통하고, 날카로운 발톱이 무관(武官)을 상징하며, 잡귀를 쫓고 아침을 알리는 신성한 역할로 인해 당당히 12지(十二支)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월드컵 2차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가 열리는 오늘밤에도 통닭들은 많은 국민들의 응원에 힘을 북돋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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