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라 빼앗긴 유생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한국국학진흥원, 경술년 국치 기념전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은 경술년 일본제국주의에 나라를 빼앗긴 지 100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하기 위해 이달 18일부터 2개월 동안 제7회 정기기획전 '지하에도 남아 있을 칼날 같은 이 마음-유생들의 독립투쟁'을 마련하고 있다. 기획전 개막일에는 '신세대 퇴계학 연구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한국학 학술대회도 개최했다.

정기기획전은 한국유교문화박물관이 나라를 잃은 지 100년을 맞아 재야 지식인들의 독립운동을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임시정부 국무령을 지낸 석주 이상룡 선생의 '안동대한협회취지서', 나라 잃은 소식을 듣고 1910년 8월 14일부터 9월 6일까지 24일 간의 처절한 단식 끝에 순절한 향산 이만도 선생의 단식일지 '청구일기', 동산 류인식 선생의 자료들이 최초로 전시되고 있다.

또 최초의 의병항쟁이 일어나기 10년 전인 1884년 갑신정변 당시 의병통문, 지금까지 베일에 싸여 있던 영주의병의 활동 상황을 알려주는 '수수만록', 의성 의병대장 이필곤의 문서, 법관양성소 학생 김응섭의 일기인 '수수기' 등도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 공개되고 있다.

이 밖에 기획전에는 위정척사운동에서 사회주의까지 독립운동 자료 60여점이 전시되고 있어 국치 100년을 맞아 후세들이 독립운동가들의 나라사랑과 유생들의 충정 어린 뜻을 따라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획전 개막일에는 김희곤(안동대 사학과 교수) 안동독립운동기념관장의 조선시대 말 의병항쟁과 경술년 국치 이후 독립운동에 대한 시기별, 지역별, 인물별 독립운동사에 대한 특강이 열리기도 했다.

기획전과 함께 열린 '2010 한국학 학술대회'는 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이 태어나 자라고 후학을 기르던 도산에서 한국동양철학회와 공동으로 '신세대 퇴계학 연구의 진로와 전망'이란 주제로 열렸다.

학술대회는 이남영 서울대 교수의 '퇴계학과 주자학'이란 주제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됐다. 이 교수는 퇴계학과 주자학이 지닌 유사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한 비교적 관점에서 퇴계와 주자 사상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이어서 퇴계사상의 형성과정에 관한 연구 및 퇴계문집 정본화 작업에 주력해온 정석태 박사(부산대 점필재연구소)가 '퇴계집 편간과 편차체제'를 주제로 퇴계문집이 간행된 경과와 체제에 대한 분석을 통해 퇴계문집의 형식적 요소를 분석했으며, 강희복 박사(연세대학교)가 '퇴계학의 구조와 그 의미'를 통해 퇴계학 체계의 거시적 고찰로 퇴계학의 의의를 읽어냈다.

신창호 박사(연세대)는 '퇴계의 경(敬) 공부와 교육적 자리매김'이란 주제로 퇴계사상의 핵심인 '경'을 중심으로 퇴계의 공부론과 교육관을 조명했으며, 정도원 박사(성균관대)는 '16세기 한중 유학사의 지평에서 본 퇴계 이황의 이(理) 철학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주자학의 완성이라는 측면에서 퇴계의 성리설이 지닌 의의를 분석했다.

끝으로 남지만 박사(고전번역원)가 '퇴계 호발설에 대한 기대승의 비판 관점'을 주제로 한국유학사에서 유명한 '사단칠정'(四端七情)을 둘러싼 퇴계 이황과 고봉 기대승 간의 논쟁을 새로운 각도에서 분석한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학술대회 발표에 참여한 신세대 연구진들은 학술대회 후 퇴계종택 앞 고계정에서 퇴계의 삶과 사상에 관한 토론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들은 19일 퇴계종택과 퇴계묘소를 찾았으며 퇴계가 즐겨 걷던 '퇴계 예던길'을 따라가며 퇴계사상의 현장 답사를 하기도 했다.

한국국학진흥원 김병일 원장은 "올해는 경술국치 100년이 되는 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당시 유생들이 나라를 되찾고 국치의 치욕에 항거하기 위해 어떻게 행동했는지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기획전을 준비했다"며 "2개월 동안 열리는 기획전을 통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활용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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