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12)] 환동해경제권의 환상에서 벗어나자

소련 극동함대의 항공모함이 동해바다에서 사라진 1990년대 초 경북 동해안지역은 '환동해경제권'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새로운 꿈에 부풀어 있었다. '환동해경제권'이 활성화될 경우 포항에서 출발한 기차가 원산'청진을 거쳐 극동 러시아의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게 되고, TSR(시베리아횡단철도)로 갈아탄 뒤 모스크바까지 여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영일만에는 대규모 항만이 새로이 건설되어 포항이 환동해권 국가 간 교역의 중심도시가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라천년의 고도 경주는 세계 속의 국제 관광도시로 부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67년 대한민국 산업화의 초석인 종합제철소의 입지가 포항으로 결정된 이후 30여년만인 1990년대에 포항은 인구 50만 명의 중견도시로 급격히 성장하였다. 그러나 환동해경제권 시대를 대비하여 구상된 영일만신항의 1단계 4선석(船席)의 컨테이너부두가 2009년에 건설되었지만 물동량이 확보 안 돼 골치를 앓고 있다. 또한 동해중부선철도(포항~삼척)가 2008년 착공되긴 했지만 금강산관광마저 중단된 오늘의 현실을 감안할 때 TSR과 연결될 날은 요원한 것 같다.

역사문화의 관광도시 경주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모든 국민들의 학창시절 수학여행지였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바깥으로는 중국이 개방되고, 안으로는 서남해안 일대가 활성화됨에 따라 경주를 찾아오던 국내외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지고 있다. 2005년 경주가 방폐장을 유치하면서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잡는 듯 했으나, 안타깝게도 이전 예정인 한수원본사의 입지선정 등 과실 배분에만 골몰하다 보니 지역발전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 동해안지역을 남쪽으로는 부산, 북쪽으로는 강릉과 연결하는 국도 7호선 4차로 확장공사는 시작된 지 21년째인 금년 말에야 완전 개통된다고 한다. 권력의 냉대 때문인지 지역정치인들의 무능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포항출신이 대통령이 안 되었다면 아직도 '공사 중'이라는 팻말이 붙어있을지도 모르겠다.

그처럼 기대했던 '환동해경제권'은 20년이 지났건만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북핵문제는 날로 더 심각해지고, 극동 러시아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으며, 일본은 그들의 서해안지역을 친환경 청정지역으로 보존하려고만 하고 있다. 동해바다를 둘러싸고 있는 국가들의 사정이 이러하니, 앞으로도 환동해경제권은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좀처럼 활성화될 것 같지가 않다. 이제 우리도 기약 없는 '환동해경제권'의 환상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 우리 스스로의 힘에 의한 내생(內生)적 발전전략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경북 동해안지역을 유심히 살펴보면 포스코나 불국사 석굴암 이외에도 새로운 진주가 널려있다. 첫째로는 환경악화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경주와 울진의 원자력발전소와 방폐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활용해보자. MB의 성공적인 경제외교인 원전수출을 계기로 경북 동해안지역에 원자력산업기지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작은 대양'이라 불리는 동해바다의 해양자원을 산업화하는 것이다. 울진이 경북해양바이오산업연구원과 한국해양연구원 동해연구소를 설립하였고, 포스텍은 울진에 해양대학원을 설립할 계획이다. 세계적 수준의 포스텍과 포항산업과학연구원 등 R&D 기관들이 원자력이나 해양연구에 심혈을 기울여준다면, 이 지역의 원자력산업과 해양산업발전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셋째는 산과 바다를 연결하는 관광개발이다. 앞으로 동서6축 고속도로가 개통되면 청송의 주왕산과 영덕의 고래불 해수욕장은 강원도 평창과 강릉 못지않은 패키지 관광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쌀농사의 곡창지역이었던 전라도 서남해안지역은 지금 새만금, 여수엑스포, 무안국제공항, 광주아시아문화중심도시, 무안과 영암'해남의 기업도시 등 각종 대형국책사업들로 즐비하다. 그들의 성공비결은 지역민의 열정, 공직자들의 치밀한 전략, 그리고 DJ정권의 적극적인 지원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도 전라도 서남해안지역의 발전모델을 벤치마킹해봄직하다. 중앙권력을 적절히 활용하여 경북 동해안지역의 값진 잠재력을 발현할 새로운 발전전략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현재 확정단계에 있는 동해안 발전구상을 조속히 가시화시키기 위해서 7월 1일 출발하는 민선5기 시장'군수들은 '경북 동해안지역 발전협의회'를 구성하여 지역주민 그리고 지역정치인들의 힘부터 한 곳에 모아야할 것이다.

대구경북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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