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월드컵 결승 길목에서 만난 '오렌지군단' 네덜란드와 '남미의 전통 강호' 우루과이가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1950년 브라질 대회 이후 60년 만에 4강에 오른 우루과이는 1930년 초대 및 1950년 대회에 이어 역대 3번째 우승을 꿈꾸고 있다. 1974년과 1978년 두 차례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네덜란드는 4강에서 우승 후보를 피하고 우루과이를 만난 이번이야말로 결승에 오를 수 있는 기회라며 필승 의지를 다지고 있다. 우루과이와 네덜란드 중 누가 꿈을 이룰 것인가는 7일 오전 3시 30분 케이프타운 그린포인트 스타디움에서 가려진다.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네덜란드가 앞선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4위인 네덜란드는 16위인 우루과이보다 12계단이나 앞서고,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공격형 미드필더 베슬러이 스네이더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 득점왕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로빈 판페르시(원톱)-디르크 카위트(왼쪽 미드필더)-아르연 로번(오른쪽 미드필더)으로 짜인 삼각편대는 막강 화력을 자랑한다. 특히 8강에서 영원한 우승 후보인 브라질을 2대1로 꺾고 4강에 진출한 자신감과 상승세가 가장 큰 무기이자 강점이다.
네덜란드는 최근 공격 일변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포지션 다원화를 통해 선수 전원을 풀가동시키는 '토탈사커'에서 실점을 최소화하는 '선 수비 후 역습'으로 실리를 챙기는 전술로 변화를 꾀한 것. 이런 변화는 유럽 예선 1조에서 8전 전승, 본선 조별 및 16강, 8강에서 5전 전승 등 13전 '전승'을 낳고 있다. 본선 5경기의 스코어도 덴마크를 2대0으로 이긴 것을 제외하곤 모두 1점 차 '짠물' 승리였다.
역대 전적에서도 네덜란드가 앞선다. 1974년 서독 대회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가 2대0으로 우루과이를 꺾었다. 만약 네덜란드가 우루과이를 꺾고 결승에 진출한다면 결승에서 유럽 팀끼리 맞붙어 1962년 칠레 대회 이후 48년 동안 이어져 온 유럽이 아닌 대륙에서 유럽 팀이 우승한 적이 없는 '공식'도 깨진다.
우루과이는 행운의 팀이다. 지역 예선을 거쳐 본선 4강에 오르는 과정이 마치 하늘에서 도와주는 듯한 양상이다. 남미 지역 예선에선 5위로 본선 탈락 위기에 처했다가 플레이오프를 통해 가까스로 기사회생해 본선에 진출했고, 조별리그에서도 개최국 남아공, 프랑스, 멕시코 등과 A조에 속해 강력한 우승 후보들을 피했다. 16강 이후에도 한국, 가나 등과 만나는 등 대진운도 좋았고, 가나와 혈전을 벌인 8강전에선 '천운'이 깃든 기적과도 같은 승리로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1962년 칠레 대회 때부터 남미와 유럽 팀이 번갈아 우승한 사례도 우루과이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 우루과이는 유럽팀 간의 결승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그렇다고 운만 있는 것도 아니다. 2008-2009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득점왕 디에고 포를란, 2009-2010시즌 네덜란드 프로축구 득점왕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끄는 공격진과 본선 5경기에서 2골만 내준 수비진 등 안정된 공수 진영을 갖추고 있다. 다만 가나와의 8강전에서 핸드볼 파울로 팀을 구하고 퇴장당해 결장하는 수아레스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가 관건이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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