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고집이라면….'
일본 도요타시를 둘러싼 주변 여건은 극히 좋지 않지만 자치단체의 재정운용 능력은 탁월했다. 도요타시는 사상 최악의 자동차 산업 침체로 주수입원인 법인시민세(한국의 법인세)를 거의 거둬들이지 못했지만 큰 빚을 내지 않고도 재정 위기를 넘겼다.
법인시민세는 2008년 호황 때 무려 442억엔에 달해 시 전체 세입의 25.6%나 차지할 정도로 규모가 컸다. 그러나 도요타의 적자로 2009년에는 16억엔, 올해 19억엔(예상)에 불과할 정도로 엄청나게 쪼그라들었다.
이로 인해 도요타시는 시민생활, 교육, 도시정비 예산을 대폭 줄이고 철저하게 내핍생활에 들어갔다. 연기·축소한 사업만 해도 35개나 됐지만 복지예산만은 그대로 놓아뒀다.
그 비결은 무려 719억엔의 천문학적인 적립기금에 있었다.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가장 높고 세수가 넘쳐날 때도 함부로 쓰지 않고 차곡차곡 모아놓은 것이다. 보통 자치단체장이라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할 법도 하지만, 공무원 출신인 3선의 스즈키 고헤이(71) 시장은 건실한 재정을 고집했다.
물론 도요타시에 그럴듯한 상징물이나 공원조차 없어 더욱 삭막한 도시가 됐다는 비판도 있지만 1990년 당시 당선될 때 공약했던 '건전 재정' 약속을 지켰다. 작년과 올해에 적립기금 335억엔을 썼지만 빚은 올해 28억엔만 낼 계획이다.
시청 종합기획부 하야시 코지 씨는 "1980년대 중반 엔고, 1990년대 초반 거품경제 붕괴로 세수가 급감하면서 큰 곤란을 겪었던 학습효과가 있었다"면서도 "시장의 고집이 아니었으면 부실 자치단체로 전락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박병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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