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식 오르자 우르르 팔아 상승세 주춤

펀드 환매가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1,750선까지 오르자 주춤했던 펀드환매가 급증하고 있는 것.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전고점을 기록했던 14일 국내 주식형펀드는 3천47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는 코스피지수가 1,730선에 근접했던 지난달 25일 순유출됐던 3천779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이고, 지난달 하루 평균 환매 규모인 1천914억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올 초부터 이어진 펀드환매는 코스피지수가 지루한 박스권에 머물면서 진정 기미를 보였다. 그러나 지수가 1,700선에 육박하자 다시 불이 붙는 형국이다. 이는 2007년 코스피지수 2,000선에서 펀드에 가입한 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실을 봤던 투자자들이 주가가 오르자 환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펀드환매가 다시 급증하면서 돌아온 외국인과 프로그램의 매수세에도 불구하고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지수는 내리고 있다. 펀드 환매 압력을 받은 투신이 '팔자'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투신은 최근 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지수 상승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환금성이 좋은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했다. 투신을 통해 매도된 종목은 KT와 현대차가 1천21억원과 851억원으로 가장 컸고, 포스코(846억원)와 삼성전자(818억원) LG화학(648억원) LG디스플레이(590억원) 등 순으로 팔렸다.

펀드 환매 압력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지수대에 묶여 있는 펀드 환매 대기자금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주식형펀드는 1,800~1,900선까지 12조원, 1,900~2,000선까지 12조원 등 24조원가량이 환매 대기자금으로 묶여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환매된 자금은 상당부분 증권사의 자문형 랩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대하는 전략도 펀드 환매를 고려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외국인 매수가 이어지고 있어 증시가 버틸 기반은 마련됐지만, 투신의 동향을 감안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 당분간 펀드 매물이 지수의 발목을 잡겠지만 외국인의 위험 자산 선호가 계속되면 코스피지수도 상승세를 탈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외국인이 매수한 규모보다 내국인 매물의 규모가 많아지면서 지수의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며 "외국인이 매수를 강화할 경우 기관도 매수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고 지수는 일정 수준의 매물 소화 과정을 거친 후 추가 상승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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