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동남권 신공항과 '서울 패권주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대구와 부산의 경쟁이 치열하다. 대구는 경상북도,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들과 함께 밀양을 입지로 밀고 있고 부산은 앞바다에 있는 가덕도를 후보지로 주장하고 있다. 부산의 주장은 신공항의 위치가 국토 동남권, 나아가 남부권 전체의 경제 발전을 고려한다면 너무 한쪽에 치우쳐 있어 부적절한 면이 있는데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만큼 앞으로의 발전에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구와 다른 자치단체들도 사활을 걸기는 마찬가지이다. 부산식 논리라면 대구도 밀양 말고 대구 인근의 경산이나 영천 등에 신공항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어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고 경남도, 울산 등과 공동 보조 속에서 밀양을 최적 후보지로 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국가 주요 정책 과제 중 하나라면 중앙 정부가 있는 서울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데 그런 움직임이 별로 없어 보인다. 대구와 부산의 지역 간 경쟁으로 비화되면서 거기에 휘말리지 않으려 조심하는 측면도 있겠고 대구나 부산만큼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관심이 적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는 그 사안이 아무리 국가적인 차원의 문제라 하더라도 지방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이리라. 심지어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여기지 않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좁은 국토의 나라에서 인천공항 하나면 됐지 지방에 또 다른 신공항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 하는 심리도 감지된다.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서울 중심의 사고'를 해와 서울과 지방 간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라면 서울 우선의 논리를 펴왔고 같은 성격의 사안이라도 서울에서 일어나면 지방에서 일어날 때보다 더 우선시돼 왔다. 세종시 수정안 문제가 한동안 분란을 일으켰거나 자연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지방보다 서울에서 일어났을 때 더 중시하는 태도 등이 그렇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서울 쪽의 의식적 거리 유지 속에 지방 간 다툼의 양상을 띠고 있는데 지역 발전은 물론 국가 전체의 미래 발전을 위한 토대라는 점에서 국토 동남권, 나아가 남부권 전체의 발전을 위해 방향을 정해야 한다. 해당 지방자치단체 간에 상호 이해의 폭을 넓히고 절충점을 찾는 노력 속에서 중앙 정부도 나서 합의점을 이끌어내야 한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또 이러한 점에 비추어 '서울 패권주의'를 불식시키고 국토 균형 발전이 중요한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중앙집권제의 오랜 역사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모든 면에서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모든 면에서 그러하다. 정치야 그렇다 치더라도 변변한 대기업 하나 없는 지방에서 서울의 대기업이 건설, 유통 분야 등에서 지역 기여는 별로 하지 않은 채 지방의 돈을 쓸어가고 있다. 서울의 공연 단체가 지방 관객의 마음을 앗아가고 있으며 스포츠의 경우 하다 못해 축구 A매치도 서울이나 수원에서 주로 열린다.

우리나라에는 빈부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 서울과 지방 간 양극화 등 많은 분야에서 빚어지고 있는 큰 격차가 주요 문제로 대두돼 왔다. 그 중 빈부 격차에 대해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지만 서울과 지방 간 격차에 대해서는 큰 불만 없이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서울 사람은 '1등 국민'이고 지방 사람은 '2등 국민'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 불균형에 대한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게 됐다. 이 칼럼도 그렇지만 지역 불균형을 고쳐야 한다는 지방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성장 동력의 지역적 다원화를 통한 국가 경제 체력의 향상을 위해서나 국가 경제 규모에 맞는 복수 관문 공항의 건설, 불균형 발전을 고쳐 나가는 바람직한 선진국의 발전 모델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래서 서울과 수도권을 먼저 발전시켜 지방의 발전을 이끈다는 서울 중심의 발전 논리는 얼빠진 궤변으로 지방의 분노만 자아낼 뿐이다.

김지석 문화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