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작, Why?] 일렉트릭 프리즘 (Electric Prisms)

빛을 만들어내는 원의 리드미컬한 모양'선명한 색채 등 강조

작 가 명 : 소니아 들로네 (Sonia Delaunay-Terk, 1885~1979)

제 목 : 일렉트릭 프리즘 (Electric Prisms)

연 도 : 1914년

크 기 : 250x250㎝

재 료 : Oil on Canvas

소 장 처 : 파리국립 근대미술관 (Georges Pompidou Center, Paris)

세계 미술사에 있어 영혼을 불태우며 서로에게 사랑의 포로가 되어버린 화가들은 그들의 아름다운 작품만큼이나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연인관계를 유지해 훗날 한편의 소설처럼 전해지곤 한다. 인생의 동반자이지만 예술에 있어서는 경쟁자였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과 까미유 끌로델의 소울메이트 신화는 화가 커플 중 단연 으뜸이다. 20세기 초반 상호의존적인 예술의 창조자로 잘 알려진 소니아 들로네와 로베르 들로네 커플의 활동 역시 세계 미술사 중요한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입체파에서 파생된 오르피즘(Orphism)이라는 새로운 유파를 발전시킨 또 다른 소울메이트로 유명한 이들의 작품들은 색채 추상미술과 추상 디자인에 절대적 영향을 주었다.

1903년 독일 칼스루에(Karlsruhe) 미술학교, 1905년 파리의 팔레트 아카데미(Academie de la Palette)에서 수학한 여류화가 소니아 들로네는 딱딱한 아카데미의 수업보다는 파리 주변의 갤러리에서 시간 보내기를 더 좋아했다. 1908년에는 독일인 화상(畵商) 빌헬름 우데(Wilhelm Uhde)와 결혼하였으나 2년 후 이혼하고 화가 로베르 들로네(Robert Delaunay)와 재혼한다. 이 무렵은 그녀의 남편인 들로네가 파리의 상징인 에펠탑 연작을 그리기 시작하던 때. 색채의 대비로 창출되는 회화, 그리고 그 안에서 색채가 주체가 되고 동시에 골격이 되는 비객관 회화 즉 '동시주의'에 깊은 연구가 이어지던 시기였다. 이것은 스펙트럼의 모든 색채를 화면 안으로 끌어들여 시적이며 음악적인 리듬에 바탕을 둔 경향으로, 그녀 역시 남편이 추구했던 화풍을 따라 기하학적인 문양의 회화작품과 패치윅 퀼트 작품을 제작했다.

소니아 들로네가 1914년에 제작한 작품 〈일렉트릭 프리즘〉에서는 운동감과 깊이감을 부여하는 빛과 이러한 빛을 만들어내는 원의 리드미컬한 모양과 선명한 색채 등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색채와 문양을 포개놓음으로써 그녀가 제안하고자 했던 운동과 자극에 대한 강한 이미지가 표출됐다. 이러한 오르피즘 화풍은 1차 세계대전을 피해 스페인에 머물렀던 동안 패션 분야까지 확대돼 마침내 1924년에는 파리에 패션스튜디오를 열게 했다. 1964년 생존 여류화가로는 처음으로 루브르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가지기도 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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