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완승으로 끝난 7·28재·보궐선거 결과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에 정국 주도권을 되돌려준 반면 전당대회를 앞둔 민주당과 자유선진당 등 야당에는 선거 참패에 따른 책임론이 증폭되는 등 갈등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6·2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간인 및 정치인 사찰 논란으로 야기된 영포회 파문과 강용석 의원의 성희롱 발언 논란 등 각종 악재가 돌출한 상황에서 거둔 승리라는 점에서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희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이명박 대통령은 29일 7·28재·보선 결과에 대해 "더욱 겸허한 자세로 국정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앞서 "당·정·청은 이번 두 번의 선거를 통해 나타난 국민의 뜻을 깊이 새겨야 한다"고 당부하며 이같이 밝혔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자신감과 함께 '더 낮은 자세'로 국정에 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 뜻'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평가다. 청와대도 지방선거 직전 대기업 및 금융권에 대한 질타 등으로 부각된 친서민정책 강화가 민심을 움직였다고 자체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런 만큼 집권 후반기를 눈앞에 둔 이 대통령의 친서민 중도실용주의 드라이브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는 이재오 전 의원과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국회 복귀로 4대강 살리기 사업 등 국책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민간인 불법사찰이 여권 내부의 권력 투쟁으로 비화되면서 촉발됐던 레임덕 논란도 당분간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다음 주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휴가 이후 단행될 개혁의 속도다. 우선 재·보궐선거 승리로 국민들의 재신임을 받은 만큼 과감한 변화를 통한 '속공'으로 국정 주도권을 완전히 장악하려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이르면 다음달 9일쯤으로 예상되는 개각 폭도 전체 장관의 절반 이상으로 클 수 있다.
◆웃는 한나라당=7·14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지 보름여밖에 지나지 않은 안상수 대표 체제가 재·보선 승리로 조기에 자리를 잡게 됐다. 특히 안 대표는 첫 선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둠으로써 당 대표로서의 첫 시험대를 무난히 통과했다. 안 대표는 후속 당직 개편 등에서 자기 색깔을 낼 수 있게 되는 등 당을 안정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된 셈이다.
그러나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복귀해 자연스럽게 친이계의 구심점으로 자리 잡게 됨에 따라 안 대표의 위상과 입지가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계파의 수장으로 복귀하는 일은 없다"며 "안 대표와 사이도 좋고 이제 다시 갈등의 중심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 같은 당내 우려를 일축하고 있다.
그동안 친이계를 아우르고 있던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이 전 위원장의 국회 입성에 긴장하고 있다. 당내 비주류를 자임한 홍준표 최고위원의 역할도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우는 민주당=민주당은 재·보선 참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당분간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9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정세균 대표와 손학규 전 대표 및 정동영 고문 등 3인간의 당권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선거 승리에 흠뻑 취해 있던 정 대표로서는 재·보선 참패의 책임론에 휩싸이면서 대표 사퇴론이 불거지는 등 당대표 연임 가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당장 비주류연합체인 '쇄신연대'는 29일 긴급 조찬 회동을 갖고 지도부 총사퇴 및 임시지도부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구경꾼 군소정당=자유선진당과 국민참여당, 민주노동당 등 군소 정당들도 할 말을 잃었다. 특히 세종시와 인접한 충남 천안을에 후보를 냈던 자유선진당으로서는 당선자를 내지 못한 것은 고사하고 박중현 후보가 한 자릿수 득표에 머무는 등 충청권에서의 득표에도 한계를 드러내자 망연자실했다. 선진당내에서는 지금과 같은 체제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민노당은 기대를 걸었던 광주에서 민주당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워하면서 44%의 득표로 선전한 것으로 자위하는 분위기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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