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새로운 공동체 원리, 유교적 가치에서 찾는다

국학진흥원 '유교와 공동체' 포럼 개최

한국국학진흥원(원장 김병일)은 23일 의정부 서계 박세당 고택에서 '유교와 공동체'를 주제로 한 포럼을 마련했다. 우리 사회의 현실적 상황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공동체 형식 및 운영 원리 모색 가능성을 유학에서 찾기 위한 포럼으로 지난달 안동 고산서원에서 열린 '유교와 경영'을 주제로 한 1차 포럼에 이어 열린 것.

이날 포럼에서는 관련 분야 전문 연구자와 현장 활동가들이 모여 한국의 가족공동체, 지역생활공동체, 국가공동체 등에 걸쳐 일어나는 변화의 양상들을 점검하고 전통 유학적 가치가 이 같은 변화 속에서 어떤 작용을 하고 있고, 앞으로 바람직한 공동체 형성에 어떤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모색하는 기회가 됐다.

발제를 맡은 성균관대 김비환 교수는 '유교와 국가공동체'를 주제로 국가공동체 운영의 근간이 되는 정치도덕, 정치문화, 법치와 입헌주의라는 중요한 정치 원리들과 유교의 관계를 고찰해 유교가 현대의 다원주의적 법치민주주의 공동체의 유지와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용인대 장현근 교수는 '유교와 정치공동체'를 주제로 민주주의 정치공동체가 지닌 문제점에 대한 유교적 대안과 동서사상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정치 공동체의 모색 가능성을 제시했다. 여성문화이론연구소의 임옥희 박사는 '가족 공동체의 구조 변동과 신모계사회'를 주제로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전통적 가족의 변용과 해체, 새로운 유형의 가족 등장 양상들을 점검하고, 유학이 그러한 과정에서 전통적 가족의 복원과 새로운 가족의 수용이라는 모순적인 과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를 짚었다.

이들의 발제에 이어 조선시대 호주제도를 연구해온 여성학자 이화여대 정지영 교수, 유학 전공자 계명대 홍원식 교수, 원주지역을 중심으로 생활공동체 운동을 전개해온 상지대 최종덕 교수가 각각 자신의 연구와 현장 경험을 가지고 토론에 참여해 논의의 물길을 열었다.

이날의 포럼은 조선시대 주자 중심의 성리학적 해석에서 벗어나 새로운 성리학의 가능성을 제시함으로써 이단으로 지목받기도 했던 서계 박세당 고택에서 열렸다. 새로운 공동체 원리의 모색을 전통 유학에 대한 비판과 계승의 양 갈래를 통해 열어가는 상징적인 의의를 보여주기 위한 것.

국학진흥원에서는 유교와 경영, 유교와 공동체를 주제로 한 포럼에 이어 앞으로 '유교와 생명' '유교와 경제' '유교와 문화' 등 5개 주제를 가지고 올 한해 동안 유교 역할의 타당성을 진단하게 된다. 또 예비포럼을 통해 의제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내년부터 매년 1개 의제씩 5년간 집중포럼 형식으로 연구를 수행해 그 성과를 보고서와 책자 등의 형태로 보급해 한국사회가 직면한 여러가지 문제의 해결방안을 전통의 지혜에서 찾는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특히 포럼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내년부터는 해외의 관련 연구자와 전문가들을 포럼위원으로 영입해 논의에 참여시킴으로써 이 포럼을 일본의 '교토포럼'이나 중국의 '베이징포럼'과 같은 국제적 포럼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김병일 한국국학진흥원장은 "가족'지역사회'국가 등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공동체의 변화는 우리 사회가 지닌 위기이자 새로운 모색의 계기로 다가오고 있다"며 "생활양식의 변화와 저출산에 따른 핵가족화, 다문화 가정의 확산이 혈연과 지연 중심의 전통적인 공동체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포럼을 통해 그 대안을 유교적 가치에서 찾을 수 있을지 조명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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