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가 가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초등학교 고학년을 비롯해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 중에는 매달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쓰는 경우가 흔하다. 비교적 수입이 많은 전문직 직업을 가진 가장이 아니라 평범한 월급쟁이 부부들이 그렇다.
자녀를 훌륭하게 키우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비용을 투입해 자녀를 잘 교육시키는 것은 부모 된 사람의 의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녀의 사교육비가 중산층의 현재 생활을 위협하고, 은퇴 후 수입이 급격히 줄어든 뒤 노후생활을 막막하게 할 정도라면 가계지출 형태와 내역을 점검해야 한다.
평균 수명이 80세에 이르고 있다. 머지않아 90세, 100세까지 살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신체적으로 쇠약해진데다 안락한 노후를 보장할 수 있는 자금이 없다면 비참해진다. 자녀들에게 "너희들을 잘 교육시켜 주었으니 노후를 책임지라"고 요구하기도 어렵다. 일정한 수입이 있는 현재, 자녀의 사교육비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대비해야 한다.
노후 대비 비용과 자녀 과외비 비용의 적절한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각 가정마다 수입, 자녀 숫자, 사교육 정도, 부모나 자녀의 나이 등 여건이 다르고, 노후의 기대 수준도 다르다. 그러니 얼마만큼 준비해야 할지 정답은 없다. 그래도 원칙은 있다.
◇3단계 노후준비
통상 노후준비는 3단계 정도로 준비해야 한다. 1단계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 연금(공무원, 군인, 교사) 등 공적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그 다음 개인 상황에 따라 2단계인 기업연금 즉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기대수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2단계의 경우도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퇴직금보다는 퇴직연금이 바람직하다. 3단계는 개인연금이나 다양한 금융자산으로 준비하는 것이다.
1, 2단계는 비교적 간단하고 개인이 판단할 여지가 적다. 일반적으로 정해진 대로 따르면 무리가 없다. 그러나 3단계는 개인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1, 2단계로는 노후 준비가 충분하지 못한 사람은 3단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준비 안 하면 자식도 원망
자녀의 사교육비를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노후 보장과는 관계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현재의 지출을 줄여 미래를 위해 저축하지 않으면 자식들의 원망을 듣고, 자식들의 짐이 될 수도 있다. 사교육비가 자녀들의 미래와 연관이 있듯, 노후 준비 역시 자녀들의 미래와 관련이 있다. 부모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경우 자식들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는 것은 불문가지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돈은 더 많이 드는데 소득은 갈수록 줄거나 고용 불안으로 소득이 없어질 수도 있다. 노후를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가는 비참해질 수 있다. 특히 40대의 경우 사교육비 지출이 가장 많은 시기이고,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소득의 10∼15% 정도를 노후대비 자금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러나 단순한 저축만으로는 노후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소득공제형 연금저축(펀드, 보험), 적립식 펀드, 투자 수익률과 원금 보장 기능이 있는 변액연금 상품 등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현재 원칙상 60세가 돼야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조기퇴직 등으로 생활고를 겪고 있다면 60세 이전에 국민연금을 '조기노령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 조기노령연금을 받기 위해서는 55세 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이어야 한다.
형편이 어렵다고 누구나 국민연금을 한 번에 주는 '반환일시금'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반환일시금 지급요건은 소득이 없어져 보험료를 낼 수 없고, 60세 이상이거나 이민 등으로 다시 연금에 가입하기 어려운 경우에만 해당한다.
◇알아보고 대비하자
일반적으로 노후 생활에 필요한 비용은 은퇴 전 소득의 60~70%를 적정 자금으로 본다. 사람들은 은퇴 후 부부가 생활하는 데는 최소한의 생활일 때 월(月) 121만원, 적정 수준의 생활일 때 180만원, 여유로운 생활을 할 때 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고 보고 있다.(2009년 국민연금연구원 패널조사, 취업포털 잡코리아 20, 30대 남녀직장인 설문조사, 대한생명 VIP 대상 설문조사에 따른 평가다) 적정 수준의 생활이란 부부가 연간 1, 2회 정도 국내 여행을, 여유로운 생활의 경우 연간 1회 정도 해외여행과 주 2회 파출부 이용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를 바탕으로 최소 생활을 한다고 가정할 때 지금 30세인 사람은 60세부터 80세까지 노후생활을 하려면 6억4천400만원, 40세인 사람은 4억7천900만원, 50세인 사람은 3억5천600만원이 필요하다. 적정한 수준의 생활을 하려면 30세의 경우 9억5천800만원, 40세 7억1천200만원, 50세 3억5천600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물가상승률 3%, 세후 투자수익률 6%, 세후 은퇴수익률 4% 기준)
물론 이 수치는 이론적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필요한 액수보다 더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개인별 자산운영 방식, 소비형태가 다른 만큼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은퇴 시 위 금액만큼 갖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은퇴 뒤 생활을 위해 위 금액만큼 필요하다는 의미다.
노후의 경제 설계를 위해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은퇴 후 내가 받게 될 연금이다. 국민연금 노후설계서비스(http://csa.nps.or.kr)에 접속해 내가 받을 수 있는 연금을 확인해보면 알 수 있다. 연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준비하면 되는 것이다.
60세에 퇴직한다고 해도 실제 연금수령 나이는 출생연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국민연금 수령시기는 만 60세부터다. 그러나 1953∼1956년생은 만 61세부터, 1957∼1960년생은 만 62세부터, 1961∼1964년생은 만 63세부터, 1965∼1968년생은 만 64세부터, 1969년 이후 출생자는 만 65세가 돼야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퇴직 이후 연금수령이 시작될 때까지 얼마나 더 많은 돈이 필요한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편 국민연금 노후설계서비스 사이트에서는 각 개인의 '생애 주기별 가족미래 설계' '연령별 재무설계' '노후설계 체험관' 이용, '노후재무 시뮬레이션' 등을 해볼 수 있다.
도움말:대구은행 본점 PB(Private Banker)센터 윤수왕 센터장·이승우 팀장·국민연금공단 상담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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