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일요시네마 '하녀' 8월 1일 오후 10시 50분

방직공장의 미남 음악선생 동식(김진규)은 여공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 그는 새로 장만한 피아노의 본전을 뽑기 위해 여공들에게 피아노 개인레슨 부업을 한다. 동식은 아내(주증녀)가 새집 마련을 위해 무리해서 재봉일을 하느라 건강이 안 좋아지자 여공 조경희(엄앵란)에게 부탁해 하녀(이은심)를 소개받는다. 피아노 개인레슨을 받는 경희는 동식의 아내가 셋째아이를 임신해 친정에 가 있는 어느 날, 동식에게 연모의 정을 고백한다. 동식은 이를 거부하고 가정을 지키려 안간힘을 쓴다.

평소 2층 자기 방 옆방에서 피아노를 배우는 경희를 질투해왔던 하녀는 동식에게 자기도 피아노를 가르쳐주고 경희에게처럼 다정히 대해 달라며 비오는 날 밤 동식을 유혹한다. 하녀가 임신 사실을 동식의 아내에게 알리자 동식의 처는 하녀를 계단에서 떨어지게 해 낙태시킨다. 아이를 잃은 하녀는 히스테리컬해지고 동식의 아들 창순(안성기) 또한 하녀로 인해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 된다.

하녀가 집안에서 일어난 일을 공장에 알리겠다고 위협하자, 동식의 아내는 남편이 일자리를 잃게 될까봐 하녀의 요구대로 동식을 그녀의 방에서 동침하도록 허락한다. 동식을 영원히 소유하기 위해 하녀는 동식과 함께 쥐약이 든 물을 마시고 동반자살을 시도한다.

급속한 산업성장과 도시화로 인해 전근대와 근대가 충돌하고 가족제도가 변화하던 시기, 중산층 가정 내부에 존재하는 '불안'은 가정을 위협하는 괴물스러운 타자인 하녀와 거기에 끌려들어가는 가부장의 파멸로 그려진다. 욕망의 화신으로서의 하녀는 기존의 한국영화 속 관습적인 여성상과는 달리 표현되고 인간의 원초적 본능과 성 문제가 쾌락의 문제가 아닌 생존투쟁의 양상으로 나타난다.

'하녀'는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고압적·직설적이고 문어체적인 '대사'는 김기영 감독의 영화를 특징짓는 중요한 요소로 또 다른 감상 포인트.

'하녀'는 최초 개봉일인 1960년 11월 3일, 개봉과 동시에 하녀와 주인 남자의 부적절한 관계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주목받았고, 당시로서는 폭발적인 22만 관객을 동원하며 그해 최고 흥행작에 올랐다. '하녀'는 디지털로 복원된 깨끗하고 안정적인 화면으로 지난 6월 3일 재개봉되었다. 1960년 작, 상영 길이 108분.

이종규기자 jongku@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