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에서는 동남권 신공항을 밀양에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언론을 활용한 홍보는 물론 1천만 명 서명운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시기에 공항에 관련된 이야기로 글을 시작할까 한다. '인천 공항의 마법'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미국처럼 쓰고, 일본처럼 읽어라'라는 책에 나오는 말이다. 수많은 우리나라 미국 유학생들이 논문 때문에 고생을 하고도 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에는 우리나라 글쓰기를 개선하기 위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바로 '인천 공항의 마법'이다. 이들 유학생들은 대학이나 정부의 주요한 자리에서 정책을 추진하면서 영어의 중요성만 이야기하지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글쓰기 정책이 없다.
글을 쓰지 않으면 생각할 필요가 없고, 생각하지 않으면 읽을 필요도 없다. 당연히 우리나라의 독서율은 낮다. 읽기와 독서조차 구분하지 못하는 사회이다. 쉬운 한글 덕분에 문해력은 세계의 최고 수준이지만, 문장의 뜻을 정확하게 아는 문의력은 세계 하위권이다. 오죽하면 에티오피아보다 못하다는 말도 있다. 문의력이 낮으면 읽어도 읽는 것이 아니며, 써대 제대로 쓴 것이 아니다.
지역의 학교에서는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닫고 2007년부터 글쓰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매일 100자 이상 쓰기와 함께 초·중학교 9년간 150편의 생활 글쓰기 활동을 하고 있다. 전교원 글쓰기 연수도 실시하였다. 그러나 정착이 쉽지 않다. 독서보다 2, 3배 노력과 힘이 든다.
2009 개정교육과정의 집중이수제나 불록타임제 수업을 위해서 생활 글쓰기에서 사회 글쓰기, 과학 글쓰기, 수학 글쓰기와 같은 교육 글쓰기로 나아가야 한다. 나아가 스토리텔링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쓰기로까지 확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걸음마 단계에 있는 정책을 두고 '줄여라'는 인천 공항의 마법에 전염된 사람들이 있다.
쓰지 않고는 사고력과 창의성을 기르기 어렵다. 비록 창의성이 길러진다고 하더라도 쓰지 못하면 묻힐 가능성이 높다. 과학, 기술자들의 업무도 35%가 글쓰기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문장력이 부족하면 뛰어난 연구성과도 인정받지 못한다.
미국 MIT에서는 학생들의 글쓰기 교육을 위해 연간 2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학교에서도 글쓰기 교육에 대한 예산을 크게 늘여야 한다. 힘이 들더라도 모든 교과 수업이 글쓰기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문장력과 학업능력 사이에는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밀양에 신공항을 유치해야 한다. 그러나 유치 후에는 밀양 공항의 마법에 걸리지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지역 초·중·고교는 물론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을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 읽기와 쓰기 능력이 낮아지면 언어능력이 낮다. 언어능력이 낮으면 사고수준도 낮다. 사고 수준이 낮은 도시는 선진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사고 수준이 낮은 상태에서 공항을 유치하면 또 다른 마법에 걸릴지 모른다.
한원경(대구시교육청 교육과정담당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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