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트위터와 소통 유감

소통을 강조한다는 건 그만큼 소통이 안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러나 소통의 방식과 수단에 대해서는 유감이다. 예전에도 크게 다른 양상은 아니었겠지만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가 소통인 모양이다.

48세의 김태호 총리 내정자는 총리 임명 소식을 듣자마자 "막힌 곳을 뚫는 그런 소통과 통합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게 제 가장 큰 욕심"이라고 말했다. 김 내정자 자신도 우리 사회에 막힌 곳이 많다고 보고 있다고 간접적으로 고백한 셈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8'8 개각'을 소통과 화합의 내각이라고 평가했다.

정치권에서 소통을 화두로 내세우기에 앞서 우리 사회는 '140자의 혁명'이라는 트위터(twitter) 열풍에 빠지면서 온통 소통천국이 되고 있다. 최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마저 트위터를 개설하면서 트위터와 페이스북은 물론 네이버의 미투데이, 다음의 요즘 등 토종과 해외를 가리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우리 사회를 잇는 주요 소통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박 전 대표와 직접 소통하려는 팔로어(follower) 수는 트위터 개설 후 한 달여 만에 3만여 명이 넘었다. 물론 아직까지 유시민 전 장관과, 노회찬, 심상정 전 의원과 이정희 민노당 대표 등 야권인사들이 가입자 수 100만 명을 넘어선 트위터 공간을 선점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SNS의 현실이다.

이런 SNS는 지난 6'2 지방선거를 통해 사회적 영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른 시각부터 유명연예인들이 투표장에서 보내는 '인증샷'을 통해 젊은 유권자들을 자극하면서 투표를 독려하자 6'2 지방선거는 1995년 지자제가 부활된 후 실시된 지방선거 사상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여당에 참패를 안겨준 것이다.

외국산 소통도구가 엄청난 정치적 영향력까지 갖게 된 것이다. 여권이 유난스레 소통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 이즈음이었을 것이다.

소통(疏通)은 '막힘없이 잘 통하는 것'이라고 국어사전에 뜻풀이가 돼 있다. 소통이 강조되는 우리 사회는 거꾸로 그만큼 소통이 되지않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젊은 세대와 장년 세대, 혹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진보와 보수, 남성과 여성 등 계층과 세대, 남녀는 물론이고 집권여당과 야당 내에서도 서로 소통이 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등 첨단미디어를 통해 낯선 사람들과 익명의 대화를 나누고 소통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어떨까.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와 싸이월드 등을 통해 유명인사와 친해지고 일상생활에 대한 사소한 감정까지도 주고받게 됐지만 오히려 주변사람들과는 더 말이 없어지고 만나는 횟수와 대화하는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즐겨 사용하지 않은 세대와 계층과의 소통은 어떻게 할 것인가.

종이신문과 방송 등 전통적인 매체 외에는 별다른 소통수단이 없는 사람들이 첨단매체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여론주도층을 압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정집단이나 계층에만 맞춘 소통 강조는 이들을 더욱 소외시킬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보수성향이 강한 대구경북지역에서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 사용자수는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는 통계도 있다. 그런 면에서 TK는 소통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개각에서도 지역출신인 주호영 특임, 최경환 지식경제부장관이 교체되면서 여권핵심과의 소통창구가 닫혔다는 우려도 적지않다. PK와는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TK와는 소통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지역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쪽과의 소통은 다른 쪽과는 귀를 닫아버리는 결과가 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친박 등 비주류 측과 야권은 소통내각에 대한 평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자기편과는 소통하면서 다른 편과는 불통(不通)하는 것이 현실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유감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 싸이월드 등의 소셜네트워크가 사실은 우리 사회의 지나친 노출증과 관음증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명인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사회적 영향력은 고려하지 않고 시시콜콜한 자기 감정이나 주변이야기들을 검증 없이 까발리는 노출을 즐긴다. 여기에 사람들은 반응하고 퍼나르고 열광한다. 지나친 노출과 이를 즐기는 우리 사회의 단면들이 통제되지 않는 소통도구를 통해 속속 노출되고 있다.

서명수 서울정치팀장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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